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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대로 음료를 제공합니다" 바코드 칵테일바, 김상엽

새로운 소비 트렌드 ‘개취존’을 칵테일바에서 찾다


소비자의 소비기준 변화는 가성비로 시작되어 가심비(가격대비 마음의 비율을 따져 소비하는 소비 트렌드), 나심비(가격과 상관없이 를 거쳐, 2020년 현재 ‘개취존’(개인취향존중) 트렌드로 이어져 왔다. 이는 소비 결정시에 소비하는 이유 자체를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가게를 창업,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아이템 선정과 운영방법, 노하우 등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취향에 맞게 운영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타겟이 되는 고객층이 좁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취존’트렌드를 반영한 가게의 운영방식이나 노하우, 주의할 점 등을 칵테일바 ‘바코드’의 사장님 김상엽씨로부터 들었다.

/사진=바코드 인스타그램


- 안녕하세요, 사장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가 클래식 칵테일 바를 처음 접했을 때 겪었던 어려움을 손님들께서 겪지 않고, 눈치보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는 바를 만들고 싶은 김상엽입니다. 현재 신촌에서 ‘바코드’라는 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칵테일 바를 처음 접했을 때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일이 있으셨나요?

"저는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클래식 바를 방문해 보았습니다. 처음 방문한 클래식 바는 격식 있는 분위기라 뭔가 눈치를 살피며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하고 그저 이름만 보고 칵테일을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온 칵테일은 제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그 이후에, 위스키 한 병을 친구와 마시기 위해 바텐더에게 추천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음이나 시향을 하지 못한 채 간단한 설명만 듣고 오픈했고 결국 역한 냄새로 인해 제대로 술을 즐기지 못하고 바를 빠져나온 적이 있습니다."

바코드의 철학이 담긴 배너. /사진=바코드 인스타그램)


- 칵테일 바에서 바텐더에게 말을 걸거나 질문을 하는게 쉽지 않죠. 그러한 어려움을 바코드의 손님들은 겪지 않기 하기 위한 특별한 운영방침이 있다고 들었어요.

"네. 바코드는 메뉴판이 없고, 손님들이 먹고 싶은 맛을 일일이 물어봐서 바텐더들이 칵테일과 위스키를 직접 추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손님이 칵테일이나 위스키를 받아 마셨을 때 취향에 맞지 않으면 주저없이 다른 칵테일을 만들어 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캐주얼하고, 편한 접객으로 손님들이 바텐더에게 말 거는 것에 주저함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저희의 기본적인 운영 방침입니다."

- 신촌 상권에 있으니, 다양한 손님들이 오실 것 같은데요,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신 가요?

"대학생활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신촌에서 지낸 저에게는 신촌에서 만나는 모든 손님들이 더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갓 스물이 된 새내기부터 고시준비나 취업준비를 하는 학부생, 한껏 지친 표정의 대학원생, 입사 턱을 쏘러 온 직장인, 바코드에서 연애를 이제 막 시작한 커플, 이리저리 치이는 직장인, 자영업자의 고충을 나눌 수 있는 사장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간호사와 의사, 학부생들에게 어른의 술을 가르쳐 주러 온 교수님 등 짧은 말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손님들이 생각이 납니다."

- 많은 손님들이 삶의 다양한 순간에 바코드를 찾으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바코드만의 차별점이 있을까요?

"모든 손님들의 사연이 남일 같지 않다는 점이 저희의 차별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심으로 이 분들이 바코드에 있는 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칵테일 한 잔, 말 한 마디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고 이는 음료와 서비스의 완성도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바코드에서 파는 술. /사진=바코드 인스타그램


- 다양한 사연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입맛의 사람들이 찾는다고 생각해요.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메뉴를 준비하시나요?

"이런 형태로 운영을 하려면 보통 신촌 상권에 기대하는 것보다는 많은 종류의 술들과 부재료들이 필요합니다. 언제 누가 어떤 맛의 칵테일을 요구할 지 모르기 때문에, 능력이 닿는 한 많은 재료들을 구비해 놓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많은 재료를 사용해야 바텐더들이 충분하게 유연한 사고가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력을 발휘해 다양한 손님들이 원하는 음료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한 바텐더들 모두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술들에 대한 전문적 지식, 다양한 종류의 레시피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혀야 합니다. 특히나 저희 가게가 위치한 신촌 상권은 학부생부터 전문직 손님까지 다양한 형태의 손님이 찾아오는 공간이기 때문에 어설픈 지식으로는 그분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레시피라도 손님이 방금 무엇을 드시고 오셨는지, 기분은 어떤 지에 따라 칵테일의 술 맛이나 산도와 당도의 밸런스를 그 자리에서 다시 잡고 만들어야 하고, 손님이 원하시는 취향의 칵테일 레시피를 모르더라도 즉석에서 완성도 있는 칵테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합니다."

- 손님이 드시고 온 음식까지 고려하는 점에서 정말 손님을 위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할 때 가장 주의해야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무엇보다도 기초를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칵테일을 충분히 연습해보고 그후에 손님의 기호를 반영해야 하지, 얄팍한 식견으로 본인이 해보고 싶은 형태의 칵테일들을 추천하는 것은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맛에 정답은 없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맛은 있기 때문입니다. 손님들이 칵테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무엇이 틀린 맛인지를 모르는 탓에 부정적인 피드백이 적은 것을 변명삼아 기초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는 것이 바텐더가 가장 하기 쉬운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바코드의 바텐더들. /사진=바코드 인스타그램


- 마지막으로 하고싶으신 말 부탁드립니다.

"바코드는 아직도 공부 중입니다. 저희보다 더 숙련된 전문가들도 있고 누군가의 기준에는 저희가 다소 미흡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신촌에 위치한 바인 만큼, 끊임없이 많은 시도를 해보고 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조금 더 좋은 한 잔을 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바텐딩은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이기에 손님에게 건네는 미소와 말 한 마디 건네는 등 기본을 위해 노력하는 바입니다.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손님들이 메뉴판만 보고도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는 날까지."

/손호영 썸데이 기자단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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