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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계획 제대로 세우려면 은퇴자산 현황표 작성 ‘필수’

[알쓸은잡×라이프앤커리어디자이너스쿨] 이태재 국민연금공단 노후준비 전문 강사_3편

은퇴 시점의 자산이 노후자산의 기본

월 고정 수입 없다면, 부동 자산 연금화 추천

이미지=최정문


우리 집 은퇴자산은 얼마나 될까?

부부가 이제까지 경제활동을 하면서 벌어서 쓰고 남은 자산, 아니 남겨둔 자산의 목록을 만들어보자. 은퇴 시점의 자산 현황을 파악해보자는 얘기다. 은퇴하면 대부분 경제활동이 중단되기 때문에 그동안 축적한 자산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그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자식들 키우고 먹고 사느라 남은 건 딸랑 집 한 채뿐인데 무슨 목록을 만들 게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자산이 어디 부동산뿐인가.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해왔으면 국민연금과 퇴직금 받을 것도 있고, 은행이나 보험사에 들어있는 금융상품도 있을 것이다. 은퇴 후에도 계속 갚아야 하는 미상환 부채라도 있다면 자산 현황 파악은 더욱 절실하다.

설령 은퇴하고도 재취업해서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길지 않을 수 있고, 현역시절보다는 수입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인생 1막에서 2막으로 넘어가는 시점, 경제활동의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전역하는 시점인 은퇴는 개인의 재무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 시기에 본인의 자산 현황을 점검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재취업을 한다고 해도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등으로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은퇴 후 재취업으로 버는 돈은 덤으로 얻는 소득이고, 노후자금의 기본은 은퇴 시점의 자산이라고 생각하자. 전체 자산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재취업으로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무리하게 자녀지원을 하고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 은퇴자산 현황표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

은퇴자산 현황표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자신이 가진 은퇴자산의 총량을 알아야 노후자금이 충분한지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은퇴 가구의 대부분은 노후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은퇴를 맞고 있으며, 자산현황표를 작성해보면 그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과 눈으로 보면서 깨닫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이러한 깨달음은 부족한 노후준비를 보충하고자 하는 실천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둘째, 자산 현황이 파악되면 각 자산을 어떤 용도에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는 노후자금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은퇴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다른 용도에 써버리게 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저지르는 실수이며 무계획이 빚은 참사다. 퇴직금에 ‘노후자금’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뒀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셋째, 자산 상황에 맞춰 은퇴 후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노후자금이 부족해서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계속해야 한다든지, 생활 수준을 조정하거나 지방으로 거주지를 이전하든지 하는 선택할 수 있다. 다행히 준비가 충분하다면 소득 활동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자산 비중 조정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은퇴 후 자산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달 돈이 들어오는 수입원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 비중을 보면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80% 가까이 된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그 비중은 더 커졌다. 그러나 그 부동산이 거주 목적의 집이라면 거기서 매달 돈이 나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각종 세금과 공과금 등으로 지출만 더 커지게 된다. 자산이 많기는 하나 월 고정 수입이 없다면 부동 자산을 연금화하는 비중 조정이 필요하다.

이미지=이태재


◇ 은퇴자산 현황표 작성 방법

자산현황표 작성의 첫 번째 원칙은 부부가 함께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로서 각자가 자산관리를 따로 해온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각자의 비자금까지 모두 내놓으라는 건 아니다. 자신들의 비자금까지 까놓고 자산 현황을 파악할 부부는 아무도 없으므로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둘 다 소득이 끊긴 상황에서는 남은 자산으로 살아가야 하므로, 이제부터라도 가계 총자산을 집계해 각각의 용도를 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자는 것이다.

작성 방법은 우선 자산을 유형별로 크게 나눈다. 자산의 형태에 따라 연금자산, 기타 금융자산, 비상 자산, 부동산, 기타 자산, 부채 등으로 대분류하여 세로줄에 적는다. 가로줄에는 두 칸으로 나눠 자산의 성격에 따라서 매월의 현금흐름이 될 수 있는 자산은 ‘월 수입액’으로 그렇지 못한 자산은 ‘적립액(평가액)’으로 나누어 적는다.

자산의 평가 기준은 공적연금처럼 받게 될 연금액을 미리 알 수 있는 자산은 예상연금액의 현재가치로 하고,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처럼 가격이 수시로 변하는 자산은 작성 시점 현재의 평가액을 기준으로 작성하면 된다.

예상연금액을 현재가치로 적는 이유는 노후자금의 실질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미래가치로 부풀려진 금액으로 하게 되면 현실감이 떨어져서 자칫 풍요의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세로줄에 대분류로 구분된 자산의 유형별 세부 항목의 작성은 아래와 같이 하면 된다.

▷ 연금자산

연금자산은 은퇴로 인해 단절되는 소득을 대체하기 위한 필수 자산으로, 은퇴 후 매달의 생활비가 돼줄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우선 부부 각자가 받게 될 공적연금으로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의 예상연금액을 적는다. 이들 공적연금은 종신형 연금이라서 사망 시 원금이 소멸하기 때문에 납입액은 자산으로서의 의미가 없으니, 향후 받게 될 예상연금액을 ‘월 수입액’란에 적는다.

공적연금은 물가보전이 되고 조기 퇴사나 조기 수급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예상금액을 거의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으니, 해당 연금의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되는 예상연금액을 현재가치로 적으면 된다. 국민연금은 수급개시 시점을 선택할 수 있어서 본인의 자금계획에 따라 수급 시기를 정하고, 그에 따라 증감된 예상연금액을 적으면 된다.

단, 만 60세 이전에 조기퇴직을 하게 되면 홈페이지에서 조회되는 예상연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홈페이지에서 조회되는 예상연금액은 만 60세가 될 때까지 현재의 소득으로 가입을 유지하고, 정상 수급 나이가 됐을 때 받을 예상연금액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국민연금 콜센터에 전화해서 퇴직 시점과 연금 수급 시기가 달라질 경우를 가정한 예상연금액을 문의해 봐야 한다.

공적연금 이외의 다른 연금들은 일시금으로 받을 수도 있고, 연금 수습 기간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월 연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예상연금액이 아닌 은퇴 시점까지 적립 가능한 총금액을 적는다.

퇴직금은 현재 시점이 아닌 예상 은퇴 시점까지의 임금인상률과 근속기간을 감안해 산정한 예상 퇴직금액을 적는다.

사적연금인 개인형 IRP, 연금저축, 연금보험 등은 은퇴 시점까지 적립 가능한 총금액을, 투자형 상품으로 운용 중이라면 현재의 평가액에 남은 재직기간에 추가 적립 가능한 예상금액을 더해서 적는다.

▷ 기타 금융자산

연금 이외의 금융자산으로 예?적금, 펀드, 주식, 채권, 저축성 보험 등을 말한다. 예금은 현재 잔액, 적금은 만기 혹은 예상 은퇴 시점까지의 적립 가능한 금액, 주식이나 채권은 현재의 평가액, 저축성 보험은 은퇴 시점의 해약환급금의 예상액을 적으면 된다.

납부가 끝난 자산은 현재의 평가액, 계속 납부 중인 자산은 은퇴 시점까지 추가 납부를 감안한 총자산액으로 적으면 되고, 가격이 수시로 변하는 자산은 작성일 현재 시점의 평가액으로 적으면 된다.

▷ 비상 자산

비상 자산은 ‘굳이 이것까지 노후자금으로 써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자산들이다. 말 그대로 비상시에나 노후자금으로 쓸 자산들로 가계의 비상자금이나 그동안 모아온 귀금속, 그 밖에 비상시 매각해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찾아보면 된다.

▷ 부동산

부동산은 세 가지 종류로 나눠 볼 수 있다. 매달 임대료 수입이 들어오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투자용 부동산, 거주 목적인 주거용 부동산이다.

수익형 부동산은 월 임대료 평균액을 ‘월 수입액’란에 적음과 동시에 부동산의 시세를 적립금란에 적고, 나머지 투자용과 주거용 부동산은 작성일 현재의 시세를 적립금란에 적으면 된다.

▷ 기타 자산

기타 자산으로 배우자의 소득을 적는다. 배우자의 한쪽이 은퇴하더라도 다른 한쪽은 여전히 소득 활동을 하고 있다면 그 배우자의 월평균 소득액을 월 수입액란에 적으면 된다. 부부가 둘 다 은퇴할 때까지는 이 또한 주요 소득원이 될 수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부채

마지막으로 은퇴 시점까지 상환하지 못할 부채의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부채는 은퇴 전까지 모두 상환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렇지 못할 상황이라면 부채의 규모를 파악해서 그만큼을 총자산에서 빼야 한다. 부채 상환이라는 고정지출 때문에 매월의 현금흐름이 왜곡될 수 있다. 즉, 들어오는 돈은 많은데 실제로는 쓸 돈이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은퇴 시점의 예상 대출 잔액은 적립금란에, 그리고 매월의 상환액은 월 수입액란에 각각 마이너스 표시로 적는다. 만약 자녀들에게 지원해주기로 한 현금이나 부동산이 있다면 그 금액도 부채의 적립금란에 마이너스 표시로 적는다. 아직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내게서 나갈 돈인 만큼 엄연한 부채이기 때문이다.

은퇴자산 현황표를 작성해 자산의 총규모를 파악했다면 앞에서 얘기한 ‘자산현황표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 중 두 번째 이유인 자산의 용도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총자산을 ‘가지고 갈 자산, 나누고 갈 자산, 남기고 갈 자산’의 세 가지 용도로 나누는 것이다. 자산이 충분한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자산현황표를 작성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축적해온 자산을 어떤 용도에 얼마씩 배분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가지고 갈 자산

부부가 평생 쓰고 살 자산으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니 최우선으로 배분해야 한다. 즉, 은퇴 후 부부가 살아가면서 생활비, 의료비, 취미생활비 등으로 쓸 자산을 말한다. 주로 연금자산과 임대료 수입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아래의 나누고 갈 자산과 상대되는 개념이다.

만약 연금과 임대료 수입만으로 부족할 것 같으면 현금이나 부동산을 연금화해 보충한다. ‘이 정도면 우리 부부가 죽을 때까지 사는 데 충분하겠다’라고 생각되는 만큼을 안정적이고 충분하게 확보한 후에 아래의 ‘나누고 갈 자산’을 배분하도록 한다. 내가 살 궁리부터 하라는 얘기다.

▷ 나누고 갈 자산

자녀들에게 나눠줄 자산이다. 우리 세대는 부모로부터 도움도 못 받고 어렵게 시작한 경우가 많아 자식만큼은 그런 고생 안 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앞의 ‘가지고 갈 자산’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 중에서 자녀들에게 나누어 줄 자산의 규모를 정한다. 이때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부부가 함께 상의해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지원에 관한 생각은 엄마와 아빠가 다를 수 있으며, 자칫 독단적인 결정으로 부부 간 갈등의 소지가 생길 수 있으니, 전체자산 규모를 파악한 후에 반드시 부부가 합의해서 정하기로 하자.

▷남기고 갈 자산

부부가 죽을 때까지 끌어안고 있을 자산이다. 다른 말로 상속해줄 자산이라고 보면 된다. 나눠줄 거 다 나눠주고 남은 건 부부가 사망하면 모두 끝나는 종신형 연금뿐이라면 부부 사망 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상속해줄 자산이 어느 정도 있어야 부모로서의 권위가 유지되고 자녀의 관계도 돈독해질 수 있다. 말 그대로 ‘끝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부모, 귀찮은 수발의 대상이 될 뿐인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남기고 갈 자산은 생의 막바지에 내 곁에서 나의 존엄을 잃지 않게 도와줄 사람을 위해 쓸 자산이기도 하다.

은퇴자산의 현황을 파악하고 용도를 정했다면 부족한 부분에 대한 준비를 더 하든가 자산 비중을 조정해야 할 것이며, 준비된 정도에 따라 은퇴 후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어떻게 관리하고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 즉, 현황표 작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애초 의도한 목적대로 활용해야 한다.

여기서 설명한 형식이 아니더라도 은퇴하면서 부부의 자산 현황을 점검해보는 과정은 꼭 갖도록 하자.
이태재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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