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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엔 부모님께 ‘치매 예방 학습지’ 선물해볼까?

치매 예방 및 뇌 운동 주간 학습지 만든 이은숙 실버톡 대표

‘실버톡’이 시니어들의 일상이 되는 게 바램

최근 책 <불량한 오십> 출간해 작가로도 데뷔

치매 예방 학습지인 ‘실버톡’을 만든 이은숙 대표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만났다./사진=정혜선


민족 대 명절이라 불리는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부모님께 드릴 선물 고민에 빠진다. 특별하고 새로운 선물을 찾다 결국 선택하는 것은 건강식품이다. 명절 때마다 선물 고민하지 말고 매주 특별한 선물을 부모님께 드리는 것은 어떨까. 매주 집으로 우편 배송되는 치매 예방 및 뇌운동 주간 학습지 ‘실버톡’으로 말이다.

‘실버톡’은 하루 30분 언어기능 주심의 뇌 자극을 주는 학습지로, 환갑을 앞둔 은퇴 여성 3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번에 라이프점프에서는 “실버톡이 어르신들의 ‘빨간펜’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은숙 실버톡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30년간 잡지 기자와 편집장을 거쳐 55세에 은퇴했다. 최근에는 <불량한 오십>이라는 책을 출간해 작가로 데뷔했다.

- 반갑다.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이은숙이라고 한다. 저는 대학 졸업 후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30년 넘게 잡지 출판인으로 살았다. 55세에 은퇴한 뒤에는 정말 열심히 놀았다(웃음). 놀다 보니 이렇게 놀기에는 남은 인생이 길어 친구 두 명과 함께 의기투합해 치매 예방 주간 학습지 ‘실버톡’을 만들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여성잡지의 편집장까지 하셨더라. 30년 넘게 인터뷰를 하다 이젠 인터뷰이가 되어보니 어떤가.

“그러게요(웃음). 오늘 인터뷰를 위해 여기 오면서 과거 기자로 일했던 일들이 떠오르더라. 그땐 이런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살았는데, 이런 날도 오는구나 했다.”

- 50대 중반에 은퇴한 이후 인생 2막을 살고 있는데, 어떻게 보내고 있나.

“은퇴하자 주변에서 어떻게 살 건지, 어떤 꿈을 펼친 건지 등 인생 2막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더라. 요즘 인생 2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시기에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이 생긴듯하다. 사실 은퇴했다고 바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하고 싶은 게 떠오를 때까지 천천히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리번거리다 떠오르는 게 있으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일을 추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이은숙 대표는 올해 <불량한 오십> 을 출간했다./이미지=나무나무출판사


- 올해 <불량한 오십>이란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이 눈에 띄는데, 왜 불량한 오십인가.

“절대 ‘불량하다’는 느낌의 불량한 오십은 아니다(웃음). 불량한 오십으로 책 제목을 지은 이유는 사회가 정해놓은 대로 살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인생 후반엔 자유롭게 자기 방식대로 살아도 되지 않나. 시니어 유튜버가 많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될 필욘 없다고 생각한다. 비록 50살이지만,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은 100가지가 넘는다. 그 길 중 자신에게 잘 맞는 길을 가면 된다.”

- 벌써 다음 주면 추석이다. 명절이 되면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듯하다. 책에도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던데, 중년이 되니 가족의 의미가 달라지는 지 궁금하다.

“가족을 향한 사랑의 형태가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희생적인 모성애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모성애도 있다. 희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모성애가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를 뿐이다. 나는 이 다름이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부모는 늙고 자녀는 커서 어른이 되면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필요하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는 게 가족인듯하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의사 아들이나 딸보다 시간을 내 함께 병원에 갈 수 있는 자식이 더 소중해진다. 그런 면에서 나이 들수록 자식보다 곁에 있는 친구가 최고다(웃음).”

- 신중년들이 인생 2막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로 ‘관계’가 꼽히더라. 나이 들수록 관계 맺는 게 중요한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이 들수록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한다. 어떻게 해야 관계를 잘 맺을 수 있을까.

“어른인 척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권위의식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한 번씩 말할 때 가르치는 식의 말을 쓰고 있더라. 그 사실을 안 순간부터 고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나이 들수록 대등한 관계가 중요하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데 누군가 나를 가르치려하고 재단하려 하면 그 관계는 계속되기 어렵다고 본다.”

- 나이 들수록 젊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하더라.

“맞다. 젊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도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게 좋다. 과거에는 몸에 문신을 많이 했거나 드레스코드가 맞지 않으면 불량하다는 생각을 많이들 했다. 요즘 보면 그런 생각이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낀다. 문신하거나 옷을 다양하게 입는 것은 젊은 세대들의 문화일 뿐 한 사람을 규정짓는 잣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더 성실하고 일을 잘하는 친구들이 많더라. 나이를 먹을수록 선입견을 버리는 게 어려운데,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관계가 넓어진다.”

- 은퇴 이후 다양한 일을 하고 있더라. 지금은 사회적기업을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

“은퇴 이후 한동안은 정말 열심히 놀았다. 놀다 보니 놀더라도 거점은 있어야겠더라. 그때 우연히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알게 돼 중부캠퍼스의 공유사무실을 이용하게 됐다. 2018년에는 50플러스재단에서 하는 당사자연구에 응모해 됐다. 그 연구를 하면서 사회적기업을 알게 됐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사회에 빚을 졌으니 인생 후반에는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회적기업을 만들려 한다. 올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됐으며, 아직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해 첫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려움은 없나.

“왜 없겠나(웃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어려웠다. 큰 조직에 있을 때는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 그런데 작은 조직은 스스로 다 해야 한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하려고 지원서를 쓰는데, 한글파일이 필요하더라. 지금까지 일하면서 워드파일만 써 한글파일에 익숙하지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부랴부랴 한글파일을 구매해 서류 작업을 했다. 지금 하나씩 배워가며 해나가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여서 가능했지, 혼자였으면 못했을 거다.”

‘실버톡’은 매주 집으로 받아보는 시니어를 위한 주간 학습지다./이미지=실버톡


- 사업 아이템이 ‘치매 예방 및 뇌 운동을 위한 학습지’더라.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게 됐나.

“엄마가 경도인지장애판정을 받았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두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경도인지장애를 치매로 가는 길목으로 본다. 코로나19로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갑갑해 하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이 푸는 학습지가 생각났다. 서점에 가보니 시니어를 겨냥한 관련 학습지들이 단행본으로 있더라.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학습지로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와 ‘시니어전문 주간 학습지’를 만들게 됐다.”

- 그럼 학습지를 매주 집으로 받아보는 시스템인가.

“맞다. 처음에는 어린이 방문학습지처럼 방문교사를 양성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대면 수업이 어려운데다 사업이 자리잡는 게 우선이라 뒤로 미룬 상태다. 현재는 한 달에 15,000원 결제하면, 4주간 일주일에 한 번 학습지를 우편으로 배송받아 볼 수 있다.”

- 학습지는 다 만들어졌나.

“최근 완성돼 현재 인쇄 들어갔다. 치매 예방과 뇌 운동에 좋은 주간 학습지 ‘실버톡’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돼, 인쇄가 완료되면 시니어 관련 기관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 요즘 같은 디지털시대에 우편 배송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일단 우리의 주 대상인 시니어는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다. 무엇보다 펜을 손으로 쥐고 직접 쓰는 게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실버톡은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우편 배송을 선택하게 됐다. 사실 배송비가 비싼데, 정기간행물 등록하면 조금 할인이 가능하더라(웃음).”

- ‘실버톡’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게 있을 듯한데.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예외가 없다. 나이를 먹어 은퇴를 해보니 힘든 것 중 하나가 하루의 루틴이 무너지는 거다. 시니어들이 이 학습지를 통해 새로운 루틴을 찾았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차 한잔 마시며 습관처럼 학습지를 펼쳐서 하는 거다. 실버톡이 그들의 일상이 되면 좋겠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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