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오마카세, 날개를 달다


오마카세가 뭔데?


한국에 오마카세(お任せ) 바람이 불고 있다. 오마카세란 “남에게 모두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셰프에게 그날의 식재료와 메뉴, 가게의 분위기와 접객까지 모든 것을 맡기는 형태의 요식업을 가리킨다. 보통 카운터 좌석에 셰프와 마주 앉아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요리를 하나하나 제공받는 코스 형식으로 식사가 진행된다. 오마카세는 일식, 한식, 양식 등 다양한 분야의 음식에 접목되어 이제는 요식업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과거 오마카세의 진입 장벽은 굉장히 높았다.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적었으며, 가격대 또한 코스 하나가 평범한 1인 가구의 한달 식비와 맞먹을 정도로 비쌌다. 물론 지금도 그런 포지셔닝을 취한 오마카세 업장과 그 수요는 건재하다.

핵심은 대중화에 있다. 이제는 호텔 레스토랑 외 다양한 지역과 장소에서도 오마카세를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격대도 넓어졌다. 스시 오마카세의 경우 가격에 따라 “엔트리급”, “미들급”, “하이앤드급”으로 업장을 나누는데, 엔트리급에서는 평균 3만원, 더 낮게는 1만원 중반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도 오마카세를 즐기는 것이 가능해졌다.

21세기의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 유튜브에서도 오마카세의 열기는 이어진다. 유명 스시 오마카세 셰프나 업장 리뷰어의 평균 구독자 수는 10만명에 이른다. 게시물 조회수는 물론 그 이상이다.


오마카세, 왜 인기 있는데?


그렇다면 오마카세 대중화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오마카세는 고객에게 완벽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웬만큼 조리된 상태의 음식을 식기에 배분해 손님들에게 한꺼번에 내보내는 비(非)오마카세 업장과는 다르다.

스시 오마카세를 예로 들어보자. 모든 스시는 반드시 즉석에서 쥐어진다. 그날그날 공수되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손님의 먹는 속도에 맞추어 스시가 만들어지고 개인 접시에 놓아지는 속도도 조절된다. 손님이 스시를 어느 손으로 먹느냐에 따라 스시가 주어지는 방향에도 변화가 생기며, 셰프는 식사 중 손님의 미묘한 반응을 수시로 캐치하여 요리에 변주를 준다. 셰프와 가까운 거리에 마주 앉아 식사를 진행하기에 손님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즉시 주방에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다. 내 취향에 꼭 맞춰진 정성 어린 스시 한 피스로 말이다.

개인 접시 위에 올려진 스시 한 피스./사진=유한주 썸데이 기자단


또 다른 포인트는 오마카세가 제공하는 경험의 확장이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단순히 배만 채우는 식사에 만족하지 못한다. “내가 어디에서 무얼 먹었는지”를 중시한다. 경험 소비의 대두다. 거기에는 일종의 과시욕까지 존재한다.

오마카세는 그 자체로 소비자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킨다. 오마카세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지식, 뛰어난 감각과 요리 경험을 지닌 셰프에 의해 제공된다. 업장의 분위기는 정갈하고 고급스러우며 그것을 증명하듯 가격대는 높지만 서비스는 친절하고 음식의 퀄리티가 보장된다.

따라서 오마카세는 단순히 소비자의 배를 채워주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소비자는 음식뿐 아니라 음식을 제공하는 셰프의 실력과 취향, 그와의 독대, 업장의 분위기와 서비스 모두를 경험하기를 원하고, 그 경험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셰프와 오마카세가 지닌 브랜드 가치를 온전히 흡수하여 식사하는 그 순간 나의 가치 또한 올리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실현된 결과다.

스스로에게 고급스러운 한 끼의 식사를 선물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각광받는 지금, 오마카세는 소비자로 하여금 “최고의 셰프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그가 쥐어주는 최고의 음식을 먹었다”는 완벽한 한 문장을 뽑아낼 수 있게 해준다. 오마카세가 지닌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를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오마카세 열풍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은 나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와 특별한 경험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강렬한 욕구다. “포미족”(For me)이나 “나심비”(가격에 상관 없이 나의 심리를 만족시키는 것에 초점을 둔 소비 형태), “미코노미”(Me+Economy)와 같은 새로운 용어들의 대두가 이를 뒷받침한다.

누구나 오마카세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마카세가 제공하는 그 두 개의 가치를 접목한 창업 아이템을 공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개개인의 피부 톤을 측정하여 딱 맞는 화장품과 메이크업을 제공하는 “퍼스널 컬러” 서비스나, 1인 혹은 소규모 집단만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스파는 오마카세 스타일을 접목한 성공적인 사업의 좋은 예다.

핵심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그 순간만큼은 왕이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에 있다. 모든 것이 나에게 맞춰져 보편적인 서비스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 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그것을 위해서라면 지갑 열기를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 소비자의 부상. 창업가에게 이보다 좋은 사업의 토양이 있을까?

/유한주 썸데이 기자단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