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정년까지 10년 남았는데요. 회사에서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싶어요. 퇴직 후에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도 들고요.”

지난 5일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학교 미래융합교육원에서 만난 김은주(50)씨는 동국대에서 진행한 ‘중장년 리스타트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식품 회사와 다국적 기업에서 무역 업무를 담당하며 29년째 일하고 있다는 그는 무사히 정년까지 일할 수 있을지, 퇴직 후의 삶은 어떻게 꾸려나갈지 걱정이 많다.

“수명이 길어진 게 가장 큰 고민이죠. 은퇴해도 30년은 더 살 텐데 아이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싶어요. 일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노는 건 딱 6개월 만에 질린대요.”

워킹맘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냈던 그는 아이들이 2019년 중학교에 입학하자 오랜만에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메타버스(Metaverse·가상공간) 등 최신 기술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고령자에게 활용법을 가르치는 ‘디지털 튜터 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나답게 살아가는 그녀들의 비밀’이라는 책을 공저 출판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생 2막을 준비했다. 하지만 인생 2막에 대한 고민은 그대로였다.

어느 날 출퇴근 지하철에서 우연히 프로그램 공고문을 보게 됐고, 그 중 ‘뉴미디어 실무 전문가 과정’과 ‘중장년 생애진로 설계 교육’에 참여해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퇴근 후의 시간과 주말을 투자해 업무 역량 강화와 미래에 대한 준비를 본격 시작했다.

그의 생활신조는 ‘아니면 말고’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아니면 말고’의 정신으로 중장년에게 제공되는 여러 강좌를 수강하고, 배우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을 거라는 기대다. 그는 “유료여도 들을 만한 강좌가 무료로 제공된다”며 다른 중장년도 이런 프로그램을 꼭 수강해 봤으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생애주기 수업에서 은퇴 후에 대한 가이드는 물론 현재 커리어에서 어떻게 더 잘해 나갈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었어요. 창직, 창업 등 개인에게 맞게 가이드를 주세요. 이런 강의가 더 많은 곳에서 더 자주 열리면 좋겠어요.”

뉴미디어 수업으로 영상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했다. “수업이 16시간이라 전문가가 되기는 멀었어요. 아직도 어렵지만 선생님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줘요. 수업이 끝나고도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주셔서 든든해요.”

프로그램 참여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또래 중장년을 알게 됐다는 수확도 거뒀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만난 분들과 모임을 만들었어요. 꾸준히 연락하면서 새로운 기회도 만들어 나갈 생각이에요.” 그는 독서 토론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나답게 살아가는 그녀들의 비밀’을 출판해 본 만큼 네트워크의 힘을 믿는다.

동국대학교는 서울시민대학 대학연계사업으로 중장년의 진로설정과 경력전환을 위한 ‘중장년 리스타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지난 7월 개설했다. △드론 조종자 자격취득·항공촬영 △뉴미디어 실무 △중장년 생애진로설계 강좌를 운영해 72명(연인원)의 중장년이 인생 2막에 대한 꿈을 키웠다.

정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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