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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74세, 여전히 심장이 뛰는 나는 ‘소녀’···이젠 배우로 이름 알리고파”

■리송 시니어모델

시니어모델 5년차…참관 수업듣는 날 바로 등록해 워킹배워

시니어모델협회 주관 대회 출전해 최우수상 수상

광고 출연, 책 출판 등 다양한 활동해

늙지 않기 위해 매일 명상하며 ‘나’와 마주하는 시간가져

최근 단편 영화 출연, 이젠 배우로 필모그래피 쌓아가고 싶어

사진=정혜선


서른이 넘는 어른에게 꿈을 묻는다는 게 멋쩍을 때가 있다. 그건 아마도 그 질문을 내뱉은 내가 꿈을 잃어서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은 시니어가 돼 인생 2막을 사는 분들에게 꿈을 묻는다. 그게 전혀 어색하거나 멋쩍지 않다.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는 시니어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남편과 자신의 성을 딴 가명인 ‘리송’이란 이름으로 시니어모델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리송(본명 이해자) 씨에게도 꿈을 물었다. 올해 74세가 된 그는 배우가 다음 목표이자 꿈이라고 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에 이미 들어서, 최근 단편 영화에도 출연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그를 통해 우리는 길어진 삶을 대하는 방식을 배운다. “나는 소중하기 때문에 늙을 수 없다”고 말하는 시니어모델 리송 씨를 라이프점프가 만났다.

- 만나서 반갑다. 첫인상부터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원래 이런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나.

“맞다. 젊어서부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기운이 없으면 내 눈을 생각한다는 분도 있었다(웃음).”

- 이 에너지를 그동안 어떻게 숨기고 있었나.

“하하하. 전혀 숨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랜 기간 주부로 있었다고 하니까 분출을 못 하고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지금처럼 밖으로 드러나는 일을 안 했을 뿐, 다른 곳에서 충분히 에너지를 쏟고 살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항상 즐겁게 에너지 쓰며 살아왔다.”

- 지금 시니어모델로 활동 중이지 않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면.

“왜 이제야 나왔느냐고 많이들 말한다. 사람은 항상 있어야 할 곳이 있다. 내가 젊었을 땐 있어야 할 곳이 우리 가족들 곁이었다. 거기서 내가 가진 에너지를 쏟으며 살았고, 지금은 여기인 거다. 나는 결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리송’이란 이름이 특이하다. 본명인가.

“아니다(웃음). 가명이다. 시니어모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할 때 친구가 내 이름과 남편 이름에서 성만 가져와 ‘리송’이라고 지어줬다. 다들 내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웃음).”

- 남편의 성을 딴 가명이라니 너무 로맨틱하다.

“그런가. 우리는 여전히 그렇게 지낸다. 남편이 퇴근해 집에 들어올 때면 항상 “우리 리송 오늘은 어땠어요”라고 묻는다.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좋은 글귀나 시가 있으면 스크랩해 가져다주는 다정한 남편이다. 지금 하는 일도 남편이 가장 자랑스러워한다(웃음).”

워킹하는 시니어모델 리송/사진=제이액터스


- 시니어모델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인연을 맺은 지 60여 년이 된 친구들과 ‘빛그림’이라는 사진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그 동호회에서 2년 반가량을 사진모델로 활동했다. 그 친구들이 모델을 해보라고 권한 게 시작이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내가 모델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하루는 남편이 시니어모델이 서울 청계천에서 패션쇼를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스크랩해 가져다줬다. 시니어모델의 프로필이 궁금해 찾아보니 대단들 하더라. 그 프로필을 보고 나니 더 내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 그럼 그때는 시니어모델 도전을 포기했던건가.

“내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들었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다(웃음). 내가 원래 결정이 빠른 편인데, 그때 시니어모델 아카데미가 한번 가보고 결정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제일 먼저 나온 제이액터스를 찾아갔다. 그렇게 제이액터스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 첫 방문 후 바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나.

“내가 결정이 빠르다고 하지 않았나(웃음). 제이액터스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초급반 수업 참관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1시간 참관하고 나서 바로 등록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두 시간째부터 워킹을 배웠다. 정말 학교에 다니듯 아카데미에 다니며 워킹 수업을 들었다. 워킹을 배우면서도 어떻게 걸어야 할지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 시니어모델을 하는 지금도 워킹 연습을 하고 고민한다. 아마 이건 평생 할거다.”

- 시니어모델 교육을 받을 때 가장 강조하는 게 있다면.

“자세다. 세월은 거스를 수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깨나 허리가 굽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렇게 굽은 것은 다시 펴고 아래로 떨구어진 시선을 15도 위로 올려 걷겠다는 것은 세상을 다시 살아보겠다는 시니어들의 의지다. 우리에게 워킹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 찾아보니 경력이 화려하더라. 현재 시니어모델 몇 년 차인가.

“올해가 5년 차다. 2019년에 제이액터스에 등록해 워킹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곳은 중급반부터 시니어모델로 활동이 가능하다. 아카데미 등록 4개월째에 현대백화점에서 주최한 한국의 패셔니스타 대회에 출전했다. 나이 제한이 없는 대회라 전국에서 많이 모였는데, 5명을 뽑는데 거기에 내가 뽑혔다. 그즈음 한국모델협회에서 진행한 시니어모델 대회에도 나갔다. 680여명이 출전했는데, 최우수상과 우정상을 받았다.”

- 갑작스럽게 일상의 변화가 생겼는데, 기분이 어땠나.

“물론 대단히 큰 변화였다. 그렇지만 그런 변화에 동요되지는 않았던 듯하다. 시니어모델을 시작하기 전이나 이후가 같은 마음이었다. 생활 루틴의 변화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아마도 그건 내 안에서 늘 뭔가 뛰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늘 마주하려고 애썼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 시니어모델을 시작하고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졌을 거 같은데, 어떤가.

“많이들 알아본다(웃음). 나는 평소에는 화장 안 한 민얼굴로 다닌다. 사람들이 그런 나의 모습을 알아봐도 두려움이 없다. 덧붙인 내가 아니라 진짜 나를 봐야 하므로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은 없는데, 내가 하는 일이나 말이 의미 없는 소리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두렵다. 작더라도 진짜가 되고 싶은 게 내 바람이다.”

시니어모델 리송/사진=제이액터스


- 지금까지 한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모델을 시작하고 한 금융회사의 광고를 찍었다. 광고를 찍는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는데, 마지막에 즉흥으로 춤을 춰달라고 하더라. 좋아하는 노래를 묻고는 그 노래를 틀어줬다. 수많은 카메라가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떨리지 않았다. 춤을 잘 추지는 못하지만, 음악이 나오는 순간 모든 것을 다 잊고 정말 음악에 몸을 맡겼다. 한 1분쯤 지났을 때 박수가 나오더니 감독님이 너무 잘 췄다고 됐다고 하더라. 사실 난 시작도 하지 않았었다(웃음). 음악에 취해 더 해보려고 할 때 끝났다. 그럴 때 내 안에 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이 일어날 거 같아 기대된다.”

- 지금 모델 말고 준비 중인 활동이 있나.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39살부터 10여 년간 아마추어 극단에서 배우 활동을 했었다. 주부극단이었는데, 1년에 두 편씩 공연을 올렸다. 그때 너무 행복했다. IMF외환위기로 지원이 끊기면서 극단활동을 접었다가 2017년에 너무 답답해 마음이 맞는 친구 둘과 함께 단편극을 준비해 공연했다. 이제 다시 연극이 하고 싶어 시니어모델들과 공연을 준비 중이다. 법정에서 일아는 배심원들 이야기를 다룬 <12인의 성난사람>라는 작품을 연습하고 있다. 우리는 배우가 부족해 9명이 한다. 5월에 공연하는게 목표다”

- 시니어모델 활동을 하며 연극까지 준비 중이라니 정말 열정적으로 인생 2막을 사는 듯하다.

“올해로 만73세가 됐다. 나이는 그렇지만, 여전히 머리와 심장이 소녀처럼 뛰는 나는 소녀다(웃음). 나는 내가 너무 소중하다. 그래서 늙을 수 없다. 그러려면 생각이 뒤로 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항상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 “늙을 수 없다”고 했는데, 늙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다면.

“나는 항상 나와 마주 본다. 매일 빼먹지 않고 5~10분 정도 명상하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그래야 가짜가 아닌 진짜 나를 내가 알고 다른 사람들도 알더라. 그게 중요하다.”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건강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나이가 있다 보니 일을 할 때 에너지가 떨어져 있으면 주변에서 신경을 많이 쓰더라. 그래서 항상 에너지를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매일 운동하고 몸에 좋은 주스 챙겨 마시고 정신이 건강하기 위해 책을 보며 좋은 글귀를 읽는다. 한 달에 한번정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는데, 그럴 땐 정말 아무것도 안한다(웃음). 그럴 때도 있어야 한다.”

- 마지막 질문이다. 이루고 싶은게 더 있나.

“얼마 전 작은 배역이지만 영화에 출연했다. 앞으로 영화에 출연할 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 그렇게 배우로서 영역을 넓혀가는 게 다음 목표다. 분명히 쓰임새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지켜봐달라(웃음).”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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