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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변화의 시기, 담 쌓지말고 풍차를 달자

김경숙 소진공(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임이사

손실보전금 단 3일만에 90% 지급

코로나發 디지털 진화 바람 놀라워

소상공인·자영업자 변화 외면 말고

새로운 에너지로 흡수하고 활용해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임이사 김경숙


손실보전금 접수 첫날, 대상자의 약 35%인 113만 개사에 대한 손실보전금 지급이 완료됐다. 2차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된 지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달성한 성과다. 지급과 동시에 많은 소상공인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입금 완료 인증을 알리며 기뻐했다. 이 같은 소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급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대상자의 90%에 대한 손실 보전이 완료됐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발생으로 경영에 애로를 겪었던 우리 소상공인들은 긴급경영안정자금대출 신청을 위해 정말 ‘긴’ 줄을 섰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 센터마다 번호표를 뽑기 위해 밤을 새우거나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섰다.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과 함께 우리는 비대면 디지털화의 바람을 단시간에 마주했다. 한 번의 해프닝이기를 바라는 우리의 바람과 달리 변화의 바람은 코로나19의 장기화와 함께 오랫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2년여가 지난 지금의 소상공인들은 휴대폰 터치 몇 번으로 지원금을 접수하고 3시간 안에 지급받고 있다.

과거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전면적인 비대면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디지털 취약 계층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현장 간담회 등에서 늘 나오던 이야기다. 이 때문에 시도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비대면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정작 다시 새벽 줄을 서는 방식으로는 6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지원을 실행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여섯 차례의 재난지원금을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공단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서버 접속 오류와 콜센터 연결 지연 등 빠른 시간 안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편의성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쉼 없이 오류가 발견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매 순간의 경험들이 안정적인 지원을 위한 노하우를 쌓는 기반이 됐다.

무엇보다 이번 손실보전금은 서버 증설을 통해 최대 180만 명의 동시 접속이 가능하도록 했고 시스템 사전 부하 및 모의 해킹 테스트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콜센터 전화 1만 회선 확보와 콜백 예약 시스템 및 인공지능(AI) 보이스봇 도입으로 연결 지연을 최소화해 편의성도 개선했다.

네덜란드의 속담에 ‘태풍이 불면 어떤 이는 담을 쌓고 어떤 이는 풍차를 단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과정들을 볼 때 공단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모두는 변화의 바람 앞에 꾸준히 풍차를 달아온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주문 후 몇 시간이면 신선한 먹거리가 문 앞으로 배송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소비자 편익이 중요해진 시대, 더 이상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장을 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2년간의 기적이 말해주듯 소상공인 업계와 전통 시장도 꾸준한 노력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1번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과 새로운 도약’이다. 주요 과제에도 온전한 손실보상과 함께 전통 시장의 디지털 전환과 소상공인 온라인 활동 역량 제고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 역시 변화의 흐름과 함께 풍차를 다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내비쳤다.

담을 쌓듯 외면하고 예전 방식을 고수하고 싶어도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2년간의 시간처럼 진통은 어디든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꾸준한 시도와 도전이 현재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만들어내듯이 태풍이 불면 ‘풍차’를 다는 대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전통 시장에 부는 순풍이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공단도 총력을 다할 것이다.
여론독자부 기자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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