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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남자' 국민 MC 송해 향년 95세로 별세

'전국노래자랑' 34년간 진행하며 1000만 명 만나

'최고령 TV 음악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은관문화훈장 수훈

‘전국노래자랑’ 국민 MC 송해, 향년 95세로 별세. 사진 제공=KBS


‘국민 MC’ ‘일요일의 남자’ 송해(본명 송복희)가 8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경찰과 의료계, 관계자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서울 도곡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구급대가 왔으나 일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 측은 “인근에 사는 딸이 자택에 가보니 쓰러져 계셨다”고 밝혔다.

송해는 최근 계속된 건강 악화로 주변인과 국민들의 걱정을 받고 있었다. 1월과 지난달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3월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되기도 했다. 건강 악화에 전국노래자랑 제작진과 하차 및 후임 논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방송에 대한 계속된 열정으로 스튜디오 녹화로 출연을 계속하는 방향도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1927년생으로 황해도 재령군 출신이다. 해주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하던 그는 한국전쟁 중 부산으로 내려왔다. 바다를 건너 실향민이 된 그는 바다 해(海) 자를 예명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군 복무 후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했다.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며 여러 채널의 TV쇼와 동양방송 아침 라디오 DJ로 활동했다. ‘유머1번지’ 등 출연을 이어오던 그는 1986년 아들의 사망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한다.

4월 ‘최고령 TV 음악 경영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에 등재된 송해. 연합뉴스


1988년 환갑을 넘긴 나이에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은 그는 34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프로그램을 지켜왔다. 전국을 순회하며 1000만 명이 넘는 관객과 소통했고 ‘일요일의 남자’ ‘국민 MC’ 칭호를 얻었다. 임영웅·송가인 등 트로트 스타도 배출했고 전국 팔도의 명승·특산물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왔다. 올 4월에는 기네스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에 이름을 올렸다. 송해의 공백에 대한 질문에 KBS 제작진 측은 “이후 방송 계획을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KBS는 대신 이날 오후 10시 추모 특집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와 9일 0시 10분 다큐멘터리 ‘송해, 군함도에서 백두산까지 아리랑’을 편성했다.

인기를 바탕으로 한 책·뮤지컬·영화 등이 제작되기도 했다. 평전 ‘나는 딴따라다’가 2015년, 에세이집 ‘송해 1927’이 지난해 출간됐다. 올해 1월에는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가 방송됐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이 지난해 11월 개봉되기도 했다. 다른 활동도 활발해 드라마·영화 등에 특별 출연도 했고 최근에는 예능 ‘부캐전성시대’에 출연,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국내를 넘어 해외 동포에게까지 사랑받던 그는 일본·미국을 넘어 평양에서도 공연을 했으나 고향인 재령 땅만은 끝내 밟지 못했다. 전국노래자랑 마지막 출연을 고향 땅에서 하고 싶다던 그는 소원을 담은 노래 ‘유랑청춘’을 발매하기도 했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애도와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코미디언 이용식·엄용수, 가수 이현우와 많은 네티즌 등이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후배 코미디언 이용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974년 4월 MBC 코미디언 채용 시험장에서 마주한 그의 모습을 회고하며 “송해 선생님의 카랑카랑하신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난다”고 추모글을 올렸다. 그는 “천국에 가셔서 그곳에 계신 선후배님들과 코미디 프로도 만들고, 그렇게 사랑하셨던 ‘전국노래자랑’을 (이어서) 이번에는 ‘천국노래자랑’으로 힘차게 외쳐달라”고 전했다.

방송인 송해의 삶을 담은 평전 ‘나는 딴따라다’를 집필한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그리고 최근 한류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의 한복판에 계셨던 한국 근현대 대중문화사의 박물관”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은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백상예술대상 공로상, KBS 연예대상 공로상, 한국방송대상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두 딸과 사위, 그 가족들이 있다. 부인 석옥이 씨는 2018년 별세했고 아들은 1986년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송해공원’과 ‘송해기념관’이 있는 아내의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 묻히고 싶다는 바람을 밝혀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측은 장례는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 진행되고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3호실에 마련한다고 밝혔다. 발인은 10일이다.

KBS의 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 현역 최고령 진행자 송해의 빈소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연합뉴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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