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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업종 클럽화로 상인들이 상생하는 골목시장을 만들었죠."

[우리마을상권분석리포트 (1) 관악구편] 상인회장를 만나다

'아이디어 맨' 송기춘 신원시장 상인회장



송기춘(사진) 신원시장 상인회 회장은 '아이디어 맨'이다. 1969년 개설해 올해로 52돌을 맞는 신원시장에서 8년째 상인회장을 맡고 있다. 시장 통로에 큰 광고판을 만들어 시장 상인들이 자신들의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고, 상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시장 인근 도림천변에서 수시로 열리는 축제에 오는 관람객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다. 타 지역 골목 시장이 뜬다고 하면 제주도, 속초 가릴 것이 전국을 누볐다. 동일 업종을 묶어 시장 상인들이 상생하는 길을 제안한 것도 송 회장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일까. 신원시장은 관악구가 응모한 신사리 상권이 르네상스 사업에 선정돼 한 단계 다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송 회장을 신원시장 상인회 사무실에서 만나 신원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골목형 시장인데 관리가 잘 돼 있다. 시장 양쪽에 주택가가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예전에 이곳은 주택가 사이에 난 도로였다. 실제 지금도 사람들이 통행하는 길은 구청에 도로 사용료를 낸다. 양쪽이 단독 주택이다. 약 50년 전부터 주택에 살던 사람들이 대문 앞에 큰 고무 다라이를 놓고 야채나 음식 등을 팔았다고 한다. 그게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발달했다. 2005년에 상인회를 조직하면서 아케이드도 설치하고 지붕도 덮고 했다.”

- 이 정도 규모면 전통시장 가운데 어느 정도 되는 건가.

“남대문, 동대문 시장처럼 대형 시장은 아니다. 중간그룹 정도 된다고 보면 된다. 길이로 치면 320미터 정도된다. ”

- 시장에 입점해 있는 상인들 수는.

“119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주로 도소매업종이다.”

- 출입구가 많은 것 같다. 화재가 났을 때 대처가 용이할 것 같다.

“길게 늘어서 있는 양쪽 끝(동부아파트, 남부순환도로)에 주 출입구가 있다. A동에 네 곳, B동에 8곳의 출구가 더 있다. 전통시장들이 보통 화재에 취약하다.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시장은 출구가 많아 소방차가 중간 중간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 시장이 길게 형성돼 있다보니 한번에 원하는 매장을 찾기 어려울 것 같은데.

“주 출입구 양쪽에 상가 지도가 있다. 수시로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어렵다. LED 식으로 불을 들어오게 하거나 상가 위치를 쉽게 기록했다 지울 수 있는 전광판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안내판이 없으면 좋겟다는 의견을 내는 상인들도 있다. 위치를 잘 몰라야 다른 가게에 갔다가 사람들이 돈을 쓸수도 있지 않겠는가.(웃음)”

- 아이디어 맨이라고 들었다. 상인회 차원에서 추진한 과제가 있으면 소개해달라.

“예전에 시장 통로에 큰 전광판을 만들었다. 상인들의 가게를 홍보도 하고, 월마다 광고료를 받아서 그 수익을 다시 상인들에게 환원하는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했다. 그런데 단점도 있더라.(웃음)”

- 뭔가.

“광고료를 낮게 책정하다 보니 광고를 신청한 상인들이 많았다. 자신의 가게 광고가 나오려면 스무 번은 돌아야 한다. 내 광고는 언제 나오냐고 푸념하는 회원들이 있었다.(웃음)"

- 도소매업종이 주로 들어와 있다고 하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다양하진 않다. 야채과일, 정육, 생선, 건어물, 신발, 가방, 여자 속옷 가게 등이 주류다. 순대국집과 횟집도 있다.”

- 상인들은 대부분 가게를 임차해서 쓰나.

“그렇다. 95%가 세입자다. ”

- 상인과 임대인 관계는 어떤가.

“괜찮은 편이다. 사실 임대인은 세를 더 받고 싶고, 임차인은 세를 덜 주고 싶은게 당연한 거 아닌가. 상인회 회의때 건물주도 나오라고 한다. 서로 입장을 들어야 간극을 줄일 수 있다. 시장의 건물주는 38명인데, 이 중 27~28명이 10년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있다.”



- 상인들의 연령대는.

“50대 중반이 가장 많다. 다른 시장과 달리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상인도 꽤 있다. 최근 5~6년 사이 두드러진 현상이다.

- 신사리 상권의 주변에 1인 가구가 최근 늘고 있다고 한다.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영향이 크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면 객단가가 줄어든다. 4인 가구면 김밥을 사더라도 3~4줄 산다. 하지만 1인 가구는 많아야 2줄이다. 빌라엔 적어도 세 명 이상이 사는데, 원룸 사는 친구들은 전통시장 잘 안 온다. 먹고 싶으면 배달해서 먹기 때문이다.”

- 그렇다고 젊은 1인 가구를 포기할 순 없지 않은가.

“맞다. 시장 상인회도 노력하겠지만,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상권르네상스 사업에 기대가 크다.”

- 어떤 부분이 기대되는 건가.

“르네상스 사업 가운데 신원시장 인근 도림천변 수변 무대를 조성하는 게 있다. 이곳에 뭔가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지면 사람들이 모일 거다. 그 사람들이 신원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게 하는 거다. 대형 축제보단 소규모 축제를 자주 여는 게 좋다”

- 무슨 의미인가.

“도림천 수변무대에서 유명 가수가 와서 공연하면 한번에 200~300명이 몰리기도 한다. 그런데 행사가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작은 버스킹 공연이 낫다. 소형 무대라도 꾸준히 열리면 입소문을 탄다. 음악하는 친구들도 오고, 관객들도 찾아 오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장도 둘러 보고 그럴거다.”

- 다른 시장과 차별화되는 신원시장만의 장점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잘 한다는 시장은 다 찾아가봤다. 제주도 동문시장, 속초 중앙시장 다 가봤다. 상인들은 여기서 장사만 하니 다른 시장과 잘 비교하지 못할 수 있다. 시설현대화나 상인 조직화 측면에서 우리 시장보다 잘 돼 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 같은 업종끼리 클럽화환 것도 신원시장만의 특징이다. 건어물, 떡집, 정육점, 음식점 등 12개 카테고리를 나눠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매출 증대 방안도 고민하고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클럽끼리 모여 논의한다. 상인들끼리 상생하는 거다."

- 아쉬운 점도 있지 않나.

"한가지 있다. 신원시장 하면 딱 떠오르는 대표 가게가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화재와 도난 등에 대비해 시장 곳곳에 CCTV를 설치했는데, 노후화가 많이 됐다. 시장 상인회의 예산이 넉넉치 않다. 시나 구에서 많이 신경 써주지만, CCTV 시설 업그레이드에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 ”

/서민우기자 ingaghi@lifejump.co.kr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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