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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바꾼 사업 환경···우리 모두 ‘사장’이 되어 봅시다!

[인생2막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가기]<15>

■정남진 시니어 소셜미디어 마케터

/최정문 디자이너


지난해 이맘때쯤 동네에 24시간 무인 프린트숍이 생겼다.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목에 있던 터라 늘 마주치는 곳이었지만, ‘무인’이라는 단어가 어쩐지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큰맘 먹고 이곳을 한 번 이용해 보기로 했다.

무인 프린트숍을 처음 이용하던 날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서너 평 남짓 공간에 PC 몇 대와 복합기 몇 대가 놓여 있었다. 서류 몇 장을 프린팅하기 위해 준비해 간 건 딱히 없었다. PC는 늘 켜져 있다. 이메일을 열고 파일을 내려받는다. 늘 하던 방식으로 파일을 열어 ‘인쇄’ 버튼을 누르니, 비밀번호를 설정하라고 한다. 이번엔 PC 옆 복합기로 이동해 비번을 입력하자 ‘카드를 꽂고 결제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흑백은 70원, 컬러는 250원이란다. 결제가 이뤄지고 치익 치익 소리가 나나 싶었는데 어느새 설정한 수만큼 프린트물이 쏟아져 나온다. 와우! 신기하다. 이 과정 어느 부분에도 군더더기 하나 없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분량만큼 딱 그만큼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과연 디지털 신세계다.

디지털시대가 가져온 큰 변화 중 하나는 공유경제다. 굳이 내가 무언가를 소유하지 않고도 필요한 시간만큼 또는 필요한 공간만큼 비용을 지불하고 잠시 빌려 쓰면 되는 시대가 됐다. 24시간 무인 프린트숍처럼 디지털 기술 덕분에 이런저런 공유 서비스들이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말 그대로 우리는 지금 디지털 인프라 ‘풍년’을 맞고 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예전엔 꿈도 꿀 수 없었던 최상의 서비스를 맘껏 누릴 수 있게 됐다.

디지털 공유경제가 몰고 오는 가능성의 시대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우면 시니어들의 재취업 시장은 더 빨리 얼어붙는다. 직장을 나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지만 이미 은퇴를 한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줄 일자리는 글쎄, 참 쉽지 않아 보인다. 기껏해야 1년 남짓, 대부분 몇 달짜리 단기 일자리만 보인다. 물론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시니어들에겐 힘이 빠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좌절하고 머물러있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디지털로 눈을 조금 돌려보면, 특히 디지털이 몰고 온 공유경제 인프라를 주목해 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요즘 시니어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지금의 디지털 혁명을 최초로 경험한 디지털 첫 세대이면서 어쩌면 우리 역사에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장 체계적으로 쌓은 ‘전문인 첫 세대’다. 이런 디지털 역량과 전문인으로서의 역량을 잘 활용한다면 어느 세대도 가질 수 없었던 잠재력을 발휘해 가장 잘 꽃피울 수 있는 그런 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 시니어들 앞에 디지털 인프라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져 있다.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재취업의 열악한 현실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 나만의 일, 작고 소박하더라도 나만의 사업을 벌여보기에 참 좋은 세상이다.

예전엔 사업을 한다는 것, 나의 명의로 사업체를 낸다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리스크도 컸다. 먼저, 사업자등록증을 내기 위해서는 번듯한 사무실 한 칸쯤은 갖춰야 했다. 그리고 그 사업체가 주식회사같은 법인의 모양새를 갖추기라도 한다면 최소 5000만 원 이상의 자본금을 마련해야 했었다. 인력을 아무리 최소화한다고 해도 경리 등 지원 업무를 위해 적어도 1, 2명 이상은 고용해야 했다. 물론, 프린터나 복합기 같은 사무기기와 집기류 등도 별도로 마련해야 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고정비는 꼬박꼬박 나갔다. 이 모든 비용 하나하나가 리스크 요인들이었다.

디지털이 바꾸어 놓은 사업 환경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공유경제 서비스의 영향이 컸다. 프린터나 복합기 같은 사무기기류는 더 이상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인쇄가 필요하면 24시간 언제든 동네 무인 프린트숍을 찾아서 필요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고 쓰면 된다. 공유오피스 서비스 덕분에 이젠 사무실의 개념도 바뀌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무실 공간을 굳이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최소의 비용으로 필요한 만큼의 공간을 빌려 쓰면 된다. 그것도 부담이 된다면 그냥 사서함 기능을 제공하는 주소지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그렇게 ‘빌린’ 주소지 하나면 사업자등록도, 법인등록도 모두 가능하다. 발품을 조금 더 팔면 매달 단돈 몇만 원으로도 법적인 정체성을 완벽하게 갖춘 나만의 사업체를 세울 수 있다. 주식회사 같은 법인을 설립하고 싶다면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 만으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5000만 원 이상의 자본금도 이젠 필요 없다. 단돈 1만 원만 있어도 언제든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디지털 덕분에 경리업무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은 전자정부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툴 만큼 앞서 있다. 사업을 시작해서 첫 매출이 생기게 되면 경리업무를 맡은 직원이 없더라도 인터넷 홈택스 사이트에 접속해 클릭 몇 번만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다.

디지털시대, 우리 모두 사장이 되어봅시다!

그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에서 나의 개인통장으로 입금해 주는 월급만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수입의 통로를 하나 더 늘려 볼 필요가 있다. 나만의 사업체를 만들고 첫 매출의 규모가 크건 작건 개인통장이 아닌 내 사업체의 통장으로 자금이 입금되는 경험, 그것은 어쩌면 새로운 인생을 체험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시니어들이 재취업에만 매달린다면 진정한 나의 잠재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 규모가 아무리 작더라도, 나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나의 분신같은 사업체를 만들어 운영해 본다면, 그간 나도 알아채지 못했던 ‘대단한’ 잠재력이 발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삶이 확장되는 그런 체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젠, 고용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를 고용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거듭 제안해 본다. “디지털시대, 우리 모두 사장이 되어봅시다!”
정남진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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