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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졸업장, 만학 꿈 이룬 배우 이정길···“여생은 사회 공헌하며 살겠다”

■ 이정길 배우 인터뷰

2월 대구사이버대 미술치료학과 졸업

“창의적으로 살며 긴장감 느낄 때 보람 얻어”

“힘 다할 때까지 사회 발전과 공익 위해 활동”

이정길 배우가 지난달 17일 대구사이버대학교 학위수여식에 참가한 모습 / 사진 = 대구사이버대학교


지난달 17일 열린 경북 경산시 대구사이버대학교 학위수여식 현장. 학사모를 쓴 졸업생 가운데 낯익은 얼굴도 한 명 있었다. 배우 이정길(80)이었다. 약 60년 간 배우로 TV 드라마와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종횡무진’해 온 그. 몇 해 전부터는 에너지 전문 기업 KCH 부회장, 한국프로파크골프협회 회장 등의 직함으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던 그에게 ‘미술치료학사’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성공한 배우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정길 배우. 라이프점프는 지난달 26일 그를 만나 끊임없는 도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의 근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미술치료는 원래 관심이 있던 분야였나.

◇ 2001년에 대한사회복지회 후원회장을 맡게 됐다. 그 후 16년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지 계통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그러다보니 이쪽 개념이라도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5년에 대학에 들어갔다. 2년쯤 공부하다가 작품 활동 때문에 집중하기가 어려워 휴학했다. 계속 미룰 수는 없고 마무리는 해야 할 것 같아 복학을 결심했다. 그렇게 2년 넘게 공부해서 이번에 졸업장을 탔다. 정말 쉽지 않았다. 유명인이라고 하나 봐주는 게 없더라(웃음). 80세 최고령 졸업생이라며 대표로 사람들 앞에서 회고사도 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 배우로서의 활동은 뜸했던 것 같다.

◇ 1965년 데뷔 후 몇 년 전까지 거의 공백기 없이 활동했다. 드라마만 200편 넘게 찍었다. 지금도 연극 무대나 방송가에서 ‘러브콜’이 오지만 배우 활동은 2년 넘게 자의적으로 쉬고 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미뤄왔던 공부를 했다.

- 파크골프와는 어떻게 연을 맺게 됐나.

◇ 대한사회복지회 후원회장을 하니까 장애인들을 만날 기회도 많은 편이다. 장애인들이 파크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봤다. 휠체어에 앉아 한 팔로 볼을 때리는 선수들을 보면서 가슴 깊은 감동을 받았다. 신체적인 차이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좋은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운동이 좀 더 널리 보급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한국프로파크골프협회와 연이 닿았고, 회장까지 하게 됐다.

이정길 배우 / 박성민 PD


- 이렇게 바삐 지낼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 인생 자체가 무거운 짐을 메고 먼 길을 떠나는 나그네와 같다고 본다. 순간순간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겠느냐’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는 좀 더 창의적으로 살고 싶고, 긴장감을 느끼며 지내고 싶다. 그래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그래도 연극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크게 두시는 것 같다.

◇ 한창 연극 시작할 때가 1960년대다. 그땐 버스비나 전차비만 들고 명동예술극장 주변이나 은성주점에 가곤 했다. 그땐 기라성 같은 대한민국 예술인들이 거기 다 있었다. 차비를 탈탈 털어 막걸리 한 잔 마시던 추억이 있다. 당시엔 공연장이 거의 없어서 찻집에서도 연극을 하곤 했다. 참 척박했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옆구리에 셰익스피어 극본을 끼고 다니며 연극에 매진했다. 지금껏 70편쯤 했는데 누군가 ‘목숨과 연극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무엇을 고르겠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연극’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살았다.

- 최근 원로배우들이 연극무대에 많이 오르시더라.

◇ 연극을 한 번 더 해볼까 싶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예능 출연 제안도 가끔 오는데, 나갈 생각은 없다. 그게 내 철칙이기도 하다.

- 앞으로 계획은

◇ 남은 인생은 사회에 공헌하며 살고 싶다. 확실한 건 힘이 다할 때까지 사회 전반의 발전과 공익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
정예지 기자
yeji@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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