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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설날에는 드론 날려서 손주들에게 칭찬 받아볼까···개설 1시간 만에 정원마감된 드론수업 탐방기

강호식 드론 레크리에이션 대표 인생 3막이 꿈 ‘드론’에 실어…명절 마다 ‘손주 선물 만들기’ 강좌 개설

인생 즐기며 재능 기부하는 삶 원한다면 드론이 제격…'손주도, 며느리도 좋아해'

드론에 인생 3막의 꿈을 실어 날려보내고 있는 강호식 50플러스 드론 레크리에이션 대표를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 사무실에서 만났다./사진=정혜선


딱 2년 전 이맘때다. 설 명절을 한 달여 앞두고 서울시 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 강좌하나가 열렸다. 바로 ‘설날 손주 선물 만들기’. 정원 20명의 이 강좌는 신청 첫날 1시간 만에 정원이 마감됐다. 40여명이 대기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이 강좌의 주제는 ‘드론’. 젊은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드론이 중년들과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이 강좌의 강사 역시 60대를 넘어선 중년이다. 방송사에 다니다 퇴직 후 아파트 관리소장을 시작한 그는 아주 우연한 계기로 드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아파트에 장송(長松) 240여 그루가 있었는데, 정기적으로 소독이 필요했다. 소독을 할 때 마다 펌프차를 불렀는데, 10m 가까이 되는 장송을 소독하는데 한계가 있어 고민하던 끝에 드론을 알게 됐고, 그 재미에 푹 빠지게 된 것. 이후 본격적으로 드론을 배우기 위해 일을 그만둔 그는 이제 드론 전문가로 다시 태어났다. 주변 중년들에겐 드론 전도사로 통한다는 강호식 드론 레크리에이션 대표를 만나 드론에 띄운 인생 3막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호식 대표는 2019년부터 명절 전 손자, 손녀에게 선물 할 드론만들기 수업을 진행해왔다./ 이미지=강호식대표


-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 드론커뮤니티 대표 강호식이다. 중부캠퍼스에 창업프로그램을 이용해 ‘드론그랜파’라는 상호로 창업해서 학교와 기업에 강연을 나가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 유튜브 구독자수는 많은가.

“사실 유튜브는 개설만 해놓고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았는데,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다시 시작해야겠다(웃음).”

- 드론 레크리에이션 커뮤니티는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드론 자격증은 크게 일반과 지도자 과정이 있다. 드론에 관심을 갖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했는데, 지도자 자격증은 비행시간이 80시간이라 일을 하면서 그 시간을 채울 수가 없어 일을 그만뒀다. 그리고 자격증 취득 후 중부캠퍼스에서 드론강좌를 열어 중년들에게 드론을 가르쳤다. 수강생 중 드론에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드론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드론 대회나 드론 축구 대회 등에 나가고 강연도 하고 있다.”

- 커뮤니티 가입 제한이 있나.

“없다. 드론에 관심만 있으면 남녀노소 다 환영이다. 현재 16명이 커뮤니티에 가입돼 있는데, 연령대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이다. 커뮤니티 회원의 연령은 이렇지만 실제로 연령과 상관없이 모두 가입이 가능하다. 기자님도 오늘 가입 신청서 한 장 쓰고 가시라.(하하)”

- 중부캠퍼스에서 정기적으로 드론 강좌가 열린다고 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강좌가 있나.

“명절 전 매년 ‘손주 선물 만들기’를 제목으로 드론 강좌가 열렸다. 제목 때문인지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좋다. 지난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강좌가 없었고, 2019년 1월 설을 앞두고 열린 강좌는 수업 신청 첫날 1시간 만에 정원이 마감됐다. 대기가 4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 중년들이라 드론을 어려워할 거 같은데, 아닌가보다.

“손주 선물로는 드론만한 게 없으니까 용기를 많이 내는 거 같다. 3~4주 짜리 단기 강좌를 듣고는 재미있으니까 또 들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 명절 때 개설한 강좌 반응이 좋아서,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손주와 함께 배우는 드론 강좌도 열었다. 이 수업도 인기가 좋았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수업을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완구용 드론을 이용해 직접 조립부터 띠우기까지 배운다. 이 과정을 마스터해 명절에 집에 찾아온 손주들 앞에서 시연해보이면 반응이 좋다. 그야말로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전 아직 손주가 없는데 커뮤니티 회원의 말을 들어보니 손주들하고 놀아주니까 며느리가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

서울시 오십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드론 수업을 하는 모습./사진=강호식 대표


- 보통 드론을 능숙하게 조정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걸리나.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제 수업을 듣는 분을 기준으로 2시간 수업을 3번 정도 들으면 어느 정도 하더라. 하지만 적어도 8회 정도 수업을 들어야 한다. 드론에 대한 법규가 강해져 이론 수업도 들어야 하고, 자가 수리 방법도 알려준다. 드론이 고장 났을 때 수리를 맡기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직접 수리하는 방법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큰가.

“일단 커뮤니티 활동을 전혀 못한다. 원래는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모였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한 주는 드론 축구대회 연습, 한 주는 출사를 나가 드론 촬영을 연습하려 했는데 못했다. 각종 드론 대회도 거의 열리지 않았다. 강연이나 강의도 많이 줄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드론은 대면으로 배워야 더 재미있어서 한계점이 있다.”

- 드론 축구는 일반 축구와 어떻게 다른가.

“드론 축구는 각 팀의 선수가 5명이고, 3세트가 한 경기다. 각 세트마다 경기 시간은 3분이며, 세트와 세트 사이 휴식 시간이 5분 주어진다. 드론 배터리가 3분밖에 못버텨 3분이다. 공은 드론 선수 5명 모두 가지고 있는데, 골은 공격수로 정해진 드론 한 개만 넣을 수 있다. 골대는 당연히 공중에 있고, 심판도 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출전해서 그냥 공격수만 막았다. 이제는 시합 전 전지훈련을 가고 작전도 짠다. 우리 드론 커뮤니티 회원 중 6명은 드론 축구 심판 자격증도 있다.”

- 혹시 우승도 해봤나.

“우린 지금까지 대회 참가에 의의를 두는 팀이었다(웃음).”

- 가장 기억에 남는 드론 축구 대회 참가 일화가 있다면.

“저희 상대팀이 초등학생이었던 적이 있다. 평균 나이차가 50살은 났다(웃음). 중요한 것은 그 팀은 처음 출전한 건데 연습도 제대로 못했다고 하더라. 그래도 우리는 연습도 했고 드론 좀 다룰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패배였다. 초등학생의 순발력을 중년인 저희가 못 따라 가겠더라.”

- 드론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데, 이전에 무슨 일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방송사에서 광고전산관련 업무를 하다 퇴직 후 아파트 관리소장을 했다. 아파트 관리소장도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은퇴 3~4년 전부터 준비했다. 공부 시작 첫해는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공부가 안되더라. 그렇게 1년 허송세월을 보내고, 다음해부터 열심히 했다. 2년에 걸쳐 1, 2차 모두 합격했다. 당시 주택관리사는 합격률이 13%정도 밖에 안되는 어려운 시험이다.”

- 그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관리소장을 왜 그만뒀나.

“아파트 관리를 하다 보면 나무 위나 아파트 최상위층 외벽 공사처럼 높은 곳을 보수해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전문 장비를 이용하는데도 한계가 있더라. 특히 한 번은 아파트 최상위층 외벽에 문제가 생겨 사다리차를 불러 살펴보는데 힘들었다. 고층이다 보니 비용적인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 드론을 이용하면 아파트 외벽 곳곳을 살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필요하면 촬영도 가능하니 얼마나 좋은가. 또 사람이 직접 높은 곳을 올라갈 필요가 없어 안전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에 드론을 배우기 시작했다.”

오십플러스 드론 축구단이 드론 축구대회에 출전해 경기를 하는 모습./사진=강호식 대표


- 효율적인 아파트 관리를 위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결국 아파트를 그만둔 건가.

“(하하) 맞다. 드론을 배우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지도조종사 자격증까지 따고 싶더라. 지도조종사 자격증을 따려면 비행시간 80시간을 추가로 입증해야 하는데, 일을 하면서 80시간을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일을 그만뒀다.”

- 안정적인 수입을 포기할 만큼 드론이 매력적이었나.

“그랬다. 그리고 앞으로 드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물론 집사람은 반대를 했고, 딸은 꿈을 이루라고 지지해주더라. 드론에 빠져 살지만, 가끔 회의감이 든다. 강의를 할 때 나는 같은 자료를 써본 적이 없다. 매번 새로운 자료로 새롭게 만들다 보니 눈 시력이 많이 안좋아 지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강사료가 너무 낮다. 열심히 준비하고 열정적으로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회의감이 드는 것 같다.”

- 그러게 회의감이 들 때는 어떻게 하나.

“이게 참 아이러니한데, 그래서 더 강의를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그런 회의감이 사라진다. 처음에는 숫기가 없어 다가오지도 않고 어둡던 학생이 드론을 배우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웃는 모습을 보면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학생들에게 자극 받아 회의감을 이겨낸다.”

- 드론을 다른 중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가.

“실제로 드론 배우기를 추천해 친구가 배웠고, 현재 드론 커뮤니티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은퇴 이후에는 두 가지가 문제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가 첫 번째고,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두 번째다. 두 번째 고민은 드론이 적합하다. 드론을 배우면서 삶이 즐거웠고 활기가 넘치니까 말이다. 그런데 첫 번째 고민까지는 해결해 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부족하다. 강연료가 높지 않은데다 코로나19로 그마저도 거의 끊긴 상태다. 그래도 추천해주고 싶다. 꼭 일로 연결하지 않더라도 취미로 배운다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제가 최근 대한드론축구협회 서울지회 마포지부장으로 임명받았다. 이에 따른 저의 올해 목표는 서울에 드론축구 실내연습장을 갖는 거다. 현재 서울에는 드론축구 연습장이 없어 일산 등으로 가서 연습하는데, 올해는 꼭 서울에 갖고 싶다.”

/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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