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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성생활 이제 좀 ‘터놓고’ 이야기합시다

늙으면 섹스 필요 없다는 것은 편견, 이호선 센터장 “삶의 만족도 높이려면 성생활 원활해야”

과거 되돌아보고 버릴 건 버려야 진짜 제2 인생 시작돼…개인서사 만들어 유튜브 등 적극 활용하라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이자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인 이호선 교수를 만나 노인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사진=정혜선


여기 한 남자와 여자가 있다. 두 사람은 첫 만남에 서로에게 푹 빠지게 된다. 불꽃 튀는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졌고, 간단하게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그렇게 부부가 됐다. 그리고 그 어느 부부보다 찐하게 사랑을 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첫눈에 사랑에 빠진 흔한 남녀의 사랑이야기 같지만, 본론은 이제부터다. 두 사람은 모두 일흔을 넘긴 노인이다. 각자의 배우자와 사별을 하고 죽음보다 더 외롭고 고독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다 운명처럼 만난 사이다. 부부이기에 물론 섹스도 가능하다. 2002년 나온 영화 ‘죽어도 좋아’의 실제 사례인 박치규 할아버지와 이순례 할머니 이야기다. 이 영화는 순수한 노인의 사랑이 아닌 노인의 불꽃 튀는 사랑을 다뤄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영화 포스터도 두 남녀가 어깨를 드러내고 이불을 덮고 서 있어 마치 노인의 성생활을 연상케 한다.

그저 나이가 들었을 뿐인데, 젊어서는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렇지 않아진다. 욕구는 그대로 인데 숨기고 감추게 되는 일이 많아진다. 노년의 성(性)이 대표적이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은 ”실제 노년기 부부 상담을 해보면 성생활에 대한 상담이 제일 많지만, 사회적으로 노년기 부부는 성이 없다는 인식이 많아 감추게 된다“고 했다. 고령화시대를 피할 수 없다면, 앞으로 부딪힐 노인 문제 역시 수면 위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 TV에서 뵙다 실제로 보니 너무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저는 한국노인상담센터 센터장이자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 이호선 교수이다. 1호선, 2호선 달리는 순환선 이호선 마음에 뚫어뻥이라고 한다(웃음).”

- 제가 인터뷰하면서 들은 자기 소개 중 가장 유쾌했다.

“감사하다. 출연 중인 라디오를 위해 매주 새로운 자기소개를 만들고 있다. 인터뷰 중 더 유쾌한 게 생각나면 해주겠다(웃음).”

- 현재 자타공인 노인전문가인데, 노인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2000년 전후로 기억한다. 아동청소년관련 상담을 15년 정도 해오다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논문을 위해 질적 연구를 해야 했다. 주제를 노인으로 정하고 찾아보니, 제대로 된 논문이 없었고, 노인 상담을 위한 전문 기관도 없더라. 노년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라 너무 중요한 분야인데, 불모지이면 내가 하는 게 맞다 싶어 시작하게 됐다. 2004년 박사 논문을 내고 2005년에 한국노인상담센터를 열었다.”

- 연구를 통해 알게 된 노년의 삶은 어땠나.

“논문을 쓸 당시 노년 부부 한 쌍을 연구했는데, 제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노년의 삶과 다른 이야기가 쏟아지더라. 특히 이 부부가 가장 고민스러워했던 부분이 성생활이었다. 노년기 부부는 성이 없다는 인식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 노년의 성생활은 일자리나 은퇴 자금 등보다 덜 알려져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라고 여기는 시각이 부족한듯하다.

“맞다. 제가 처음 연구한 노부부가 저희 친정 부모님 집 근처에 사는 지인이었다. 남편분이 아내가 성관계를 해주지 않는다고 이불을 덮어놓고 때려서, 아주머니가 저희 친정엄마 집으로 도망 온 사건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친정집 근처에 사는 어르신 8쌍을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70대 이상의 노부부가 성생활을 생각보다 많이 하고 있으며, 이 성생활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삶의 만족도도 떨어지더라.”

2002년에 개봉한 영화 <죽어도 좋아>는 실화를 바탕으로 노년의 사랑에 대해서 다뤘다./이미지=네이버 영화


- 노인 성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이면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어떤 도움을 줘야 하나.

“노년에 대한 사회적 시선, 교육 문제, 성에 필요한 여러 항목을 사회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실제 이분들을 위한 성교육이나 관련 지식, 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도구나 약물에 대한 이해, 성과 관련된 질병 등에 대한 교육이 지역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개선되고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넘어야 할 문지방도 여전히 남아있다.”

- 예를 들면 어떤 부분인가.

“과거 노부부들을 인터뷰할 당시 성적 욕구를 풀지 못해 성매매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 부분을 연구하다 우연히 ‘박카스 아주머니’에 대해 알게 됐다. 박카스를 파는 아주머닌데, 박카스를 사라고 접근해 성매매로 이뤄지더라. 과거 이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노년의 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해진 면도 있는듯하다. 노년 성 상담 전문가가 없는 것도 문제다.”

- 노년 성 전문가가 따로 필요한가.

“얼핏 들으면 같은 성생활이라 따로 전문가가 필요할까 싶지만, 노년은 신체적인 문제 등 노인이어서 발생하는 문제가 분명히 있어서 노년 성상담 전문가가 필요하다. 몇몇 기관들을 중심으로 이 인력을 키우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지난해 출간 한 책 중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레크리에이션>이 있더라. 여기서 ‘액티브 시니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고령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 노년 사회가 되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거다. 지금 은퇴하고 있는 제2의 베이비부머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돈이 있다. 풍요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 하지 않는다. 이들 옷장엔 약간의 기장을 줄이기만 하면 지금 당장 입어도 되는 세련된 원피스가 있다. 이분들처럼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취미를 만들어가며 삶을 가꿔 가는 게 액티브 시니어다.”

- 그럼 액티브 시니어는 활동하는 노년 정도로 해석하면 되나.

“□(네모)하는 중년이다. 나는 책 읽어. 나는 산책해. 이 모든 게 다 들어간다. 이 소소한 활동을 통해 성찰하고 같이 협력할 수 있고 생애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분들이 다 액티브 시니어다.”

- 액티브한 삶이 시니어들에게 꼭 필요한가.

“너무 중요하다. 액티브(Active)하게 활동함으로써 내 피부가, 세포가, 신장이 펄떡펄떡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죽음을 향해 간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이렇게 액티브한 활동을 하면 액티비티(Activity)를 향해 가게 된다.”

- 시니어 상담을 할 때 꼭 해주는 말이 있다면.

“시니어들에게 이야기를 만들라(Story Making)고 말한다. 한 번쯤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건질 건 건지고 버릴 건 버려야 진짜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 자녀들의 부모의 삶에 대해 묻지 않으니 스스로라도 자신의 삶을 되새겨야 한다. 그래야 내 삶도 의미가 있어진다.”

- 센터장님도 실천하고 있나.

“나는 부모님에게 녹음기를 한 대씩 사줬다. 녹음기를 켜 놓고 마치 서로에게 이야기하듯이 삶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했다. 재미있는 점은 아버지의 서사와 어머니의 서사가 다르다. 함께 살아왔지만 관점이 달라서 그런듯하다. 그 자료가 엄청나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부모님의 서사가 바로 우리의 역사더라.”

- 누구나 액티브 시니어를 꿈꾸지만, 현실은 자신에게 맞는 취미활동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이제는 개인 영웅 서사시대다. 이제는 누구든 원하면 유튜브를 통해 자기 소리를 낼 수 있다. 미래에는 아마 누구나 유명해질 것이다. 그게 내가 되지 말란법은 없다.”

- 취미가 인생 후반을 살아가기 위한 원동력으로 확장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면.

“액티브 시니어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나를 위해 돈을 쓸 수 있다는 거다. 그런 분들에게 취미는 디저트와 같다. 말 그대로 딸기가 올려진 와플인 거다. 배고파서 딸기 와플을 먹는 게 아니듯, 취미는 생계를 위해 하는게 아니므로 선택의 폭도 넓다. 처음부터 취미활동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즐기다 관심이 깊어지면 관련 전문가를 찾아 만남을 요청하거나 전문가의 유튜브를 통해 지식을 배울 수 있다. 요즘에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그렇게 전문가가 되는 과정을 유튜브로 공유하다보면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

이호선 센터장은 나이들수록 ‘관리’를 잘 해야하고 ‘말을 잘들어야 한다’고 했다./사진=정혜선


- 고령화 사회에 발을 맞추듯 요즘 사회 전반적으로 레트로가 붐이다.

“너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레트로로 세대 간의 공유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겨난 셈이다. 젊은 세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의 이야기를 꺼내서 자기 옷으로 입고 있는 거다. 지금까지 이런 역사는 없었다.”

- 젊어선 나이만 들면 더 행복해지고 여유로워질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듯하다. 오히려 더 불안하고 더 아픈 노년이 많다.

“일단 노년에 접어들면 진짜 아프다(웃음). 저도 한 살 더 먹으니 아프더라. 환장한다. 중년 이후가 되면 모이면 아픈 이야기만 하다 흩어지면 병원에 간다. 더 시간이 흐르면 모임에서 친구들이 한 명씩 줄어든다. 친구만 떠나나 배우자도 떠나고 돈도 떠난다. 가지고 있던 쥐꼬리만 한 권력도 떠나고 명함도 없어진다. 이렇게 그전에는 당연하던 것들이 간절해도 얻기 힘든 시기를 살다 보니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 누구나 불안한 노년이지만, 덜 불안할 방법이 있나.

“성숙한 어르신과 미성숙한 어르신이 있다. 미성숙한 어르신은 가진 게 있어도 불만이고 아픈 것에 너무 집중한다. 반대로 성숙한 어르신은 아파도 숨은 쉬지 않느냐 식으로 긍정적이다. 자기의 노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소통하더라. 물론 모두가 성숙한 어르신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노년이 있고 때로는 보호자가 필요한 노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 센터장님도 중년인데, 센터장님의 중년은 어떤가.

“많이 아프다(웃음). 전 10대보다 20대가 좋고, 20대보다 30대가 더 좋았다. 항상 더 좋아진다. 지금 50대를 살고 있는데 그전만큼 빨리 뛰지 못하고 그전만큼 멀리 가지 못하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다. 마음이 편안한 이유는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돼서인 듯하다. 창피해도 고개 들고 다녀도 괜찮다는 것을, 살다 보니 돈이 있을 때가 있고 없을 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삶에 대한 불평을 그전보다 덜하고, 원칙이 있었다면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용서라는 개념에 익숙해졌고, 사과해도 안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생의 기술이 느니 삶이 좀 수월해지더라. 50살까지 잘 살면 80살까지도 행복하다.”

- 시니어 전문가의 노년 준비가 궁금하다.

“60대가 되면 ‘말을 잘듣자’를 삶의 신조로 삼을 예정이다. 의사 말 잘 들어야 하고, 재무전문가 말 잘 들어야 하고, 젊은 사람들 말 잘 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노년 연구를 많이 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 결론은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돈이 많으면 편안한가 아니더라. 지키느라 바쁘더라. 그렇다면 자식이 잘되면 편안한가 하니 그것도 아니더라. 안 찾아 오니 불만만 쌓이더라. 친구가 많으면 편안해지나 했는데 아니더라. 딱 저 네 가지에 다 집중돼 있더라.”

- 시니어들이 인생 후반을 보다 즐겁게 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게 있다면.

“나를 위해 죽어줄 친구 하나 있으면 정말 좋다. 그럼 그 친구가 다 해준다(웃음). 농담이다.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노년에는 관리를 잘해야 한다. 몸 관리, 마음 관리, 돈 관리 말이다. 내가 나의 매니저가 돼야 한다.”

- 세바시 ‘나이들수록’ 유튜브 방송을 운영 중이더라. 그 중 나이들수록 불행을 피하는 방법이란 제목이 눈에 띄던데, 그런 방법이 있나.

“기본적으로 사람이 겪는 불행은 나에게만 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경험하는 불행의 평균은 비슷하다. 예고된 불행은 정신만 차리면 피할 수 있다. 예고했는데 못 피하면 본인 잘못인거다. 정말 피할 수 없는 불행이 다가왔을 땐 마음을 다잡는 게 중요한데, 그게 어렵다면 추천하는 방법이 있다. 나만의 마음 편안해지는 장소를 만드는 거다. 불행하다 싶으면 그 장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혹은 기분전환 속옷을 하나 사자. 일종의 미신행동이긴 한데, 중요한 일이 있거나 마음이 힘들 때 그 속옷을 입는 거다. 그것만으로 기분이 전환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다.”

- 마지막으로 센터장님의 올해 계획은.

“지금 책을 쓰고 있는데, 이 작업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6월과 12월 정도에 각각 한 권씩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부모교육 관련 교육을 시작하려 한다.”

/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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