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 초단기 N잡러 품는다지만…사업주가 보험료 최소 20% 부담해야[전국민 고용보험 시동]

정부 사회안전망 강화 취지 불구

가입자 늘면 사업주 비용부담 ↑

영세사업장 인력 운용 어려워져

실업급여 늘어 보험 재정 압박도

제도 안착까지 적잖은 진통 예상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채용 게시판을 한 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채용 게시판을 한 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바꾸는 것은 초단시간 근로자와 ‘N잡러’를 고용 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주 15시간 미만으로 짧게 일하더라도 일정 소득이 있으면 보호망에 넣겠다는 취지다. 다만 가입자 확대는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 증가와 고용보험 재정 관리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제도 안착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고용보험 가입 기준이 현행 월 60시간 이상 근로에서 월 보수 80만 원 이상으로 바뀐다. 노동부는 이 기준이 적용되면 최소 약 35만 명이 새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월 보수가 80만 원을 넘었지만 월 60시간 이상이라는 근로시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고용보험 적용을 받기 어려웠던 근로자들이다.

현행 기준이 달라진 노동시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주당 취업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난해 174만 2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취업자의 약 6% 수준이다. 2015년 86만 6000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배가량 늘었다. 노동부의 지난해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에서도 단시간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82.5%로 전체 근로자 평균인 91.9%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정부는 가입 기준을 보수 중심으로 바꾸고 여러 사업장의 보수를 합산할 수 있도록 해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한 사업장에서 받는 보수가 월 80만 원에 미치지 못해도 여러 사업장의 보수 합산액이 월 80만 원 이상이면 본인 신청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편의점·카페·음식점 등 여러 곳에서 짧게 일하는 생계형 N잡러도 고용보험 보호망에 들어올 길이 열리는 셈이다.

국세청 소득 자료 활용도 확대된다. 정부는 국세청 소득 자료와 고용보험 자료를 연계해 가입 누락자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주가 매년 한 차례 전년도 보수 총액을 신고하던 제도도 폐지된다. 앞으로는 사업주가 매월 월 보수를 신고하거나 국세청 소득 신고 자료로 이를 갈음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영세 사업장의 부담은 과제로 꼽힌다. 고용보험료는 근로자가 전액 부담하는 구조가 아니다. 실업급여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내고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보험료는 사업주가 별도로 부담한다. 초단시간 근로자의 고용보험 적용이 늘면 근로자의 실수령액이 일부 줄고 사업주도 보험료 부담을 새로 지게 된다.

정부는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근로자 1인당 사업주 보험료의 80%를 지원한다. 하지만 영세 소상공인 입장에서 이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예전에는 내지 않았던 보험료 20%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자성 확대 논의가 맞물린 상황에서 추가 사회보험 부담이 커질 경우 인력 운용에 부담을 느끼는 사업장이 늘어날 수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전 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영세 사업장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용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도 높다. 가입자가 늘면 보험료 수입도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업급여 수급 대상도 넓어진다. 특히 생계형 N잡러와 초단시간 근로자는 계약 기간이 짧고 경기 변동에 취약한 경우가 많아 경기 둔화기에는 구직급여 지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고용보험기금의 지속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행 준비와 부정 수급 관리도 과제다. 근로복지공단은 국세청·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 등과 소득 자료 연계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공단 노조는 제도 안착을 위해 인력·예산 확충과 피보험 자격 이중 취득 제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보험 가입 뒤 소득이 발생하면 사업주가 소득 신고를 하기 때문에 사업주와 공모하지 않고서는 부정 수급이 쉽지 않다”며 “현행 제도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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