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능력 ‘상’이라는데…만지지 말라 지시도 몰라

[리부트 고용허가제] <1>고용주 울리는 깜깜이 채용

현장선 의사소통이 최대 걸림돌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한국어능력시험 문제. 사진출처=한국산업인력공단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한국어능력시험 문제. 사진출처=한국산업인력공단

고용허가제(E-9)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중소 제조 업체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한국어 능력에 대한 정보 부족을 꼽고 있다. 실제 작업장에서 통용될 만한 의사소통 능력을 근로자가 갖췄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사업주에게 제공되는 한국어 수준 정보도 근로자 본인의 자기 평가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기중앙회가 비공개로 연 고용허가제 개편 방향 간담회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어 능력 검증 문제를 둘러싼 중소기업 대표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경기 포천에서 12년째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한 기업 대표는 최근 배정받은 캄보디아 근로자들이 기초적인 한국어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노동청에 항의하자 ‘그럼 보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채용 전에 언어 능력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구조가 가장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 인적 사항과 현지 송출 기관이 촬영한 짧은 면접 영상 등을 토대로 사업주가 근로자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사업주가 입국 전 근로자와 직접 접촉할 수 없고 근로계약도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대행 기관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실제 한국어 구사 능력이나 작업 지시 이해도, 안전 교육 수용 가능성 등을 사전에 확인하기 어렵다.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허가제 인력 풀에 포함되기 전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읽기와 듣기 등 40문항으로 구성되지만, 현장에서는 이 시험만으로 제조업 작업장에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을 검증하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불만이 많다. 읽기 영역의 경우 일부 변별력 문항을 제외하면 기초 문항이 적지 않다. 예컨대 가방 그림을 보여주고 맞는 단어나 문장을 고르라는 식이다.

시험을 통과한 뒤에도 실제 한국어 능력이 사업주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외국인 근로자는 스스로 자신의 한국어 능력을 상중하로 평가해 공단과 사업주에게 제출한다. 근로자 본인이 자신의 실력을 평가하는 만큼 사업주 입장에서는 실제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는 단순한 일상 회화보다 안전과 직결되는 지시 이해 능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하니 기계를 만지지 말라’ ‘작업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라’ 같은 지시가 즉각 전달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신서희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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