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죽 울린 ‘청년뉴딜’…경직된 노동정책부터 손봐야

28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대를 둘러보고 있다.                  조태형 기자
28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대를 둘러보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정부가 미취업 청년들에게 사회 진출의 길을 터주기 위한 ‘청년뉴딜’ 정책을 추진한다. 정부는 29일 ‘민관 합동 청년뉴딜 보고회’에서 대기업이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운용하는 ‘K뉴딜 아카데미’ 신설, 공공∙민간 부문의 실무 경험 기회 제공 등을 골자로 하는 청년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보급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기업의 경력직 선호 등으로 청년층의 구직 여건이 구조적으로 악화하면서 별다른 경력 없는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로 진입하기 위한 ‘취업 사다리’는 사실상 막힌 상태다. 올 1분기 기준 20~30대 중 실업자∙취업준비생과 ‘쉬었음’ 인구가 총 171만 명에 달할 정도다. 정부는 청년에게 역량 향상과 경력 형성 기회를 제공하고 채용 촉진을 위한 지원책을 강화하면 약 10만 명의 청년이 일터로 나아갈 길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 문제는 개인이 아닌 국가∙사회 차원에서 풀어야 할 구조적 문제다. 국가가 앞장서고 기업이 협력해 청년들이 일터로 내디딜 출발선을 설계해 준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기업들이 채용을 꺼리게 만드는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않은 채 변죽만 울리는 대책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직원을 고용하면 해고하기 어려운 데다 주52시간 근무제와 경직된 임금체계 때문에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어렵다. 경직된 노동 규제에 갇힌 기업이 중장기적 비용 부담이 될 신규 채용을 꺼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당정과 노동계는 ‘65세 정년 연장’ 추진에 속도를 내 노동 경직성을 되레 악화시키려 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와 민주노총 간 간담회에서 여당은 노동계의 요구대로 올 상반기 중 정년 연장 추진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률적 정년 연장은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청년 채용을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아무리 ‘청년뉴딜’을 외치며 지원책을 쏟아내도 정작 채용의 주체인 기업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경직된 노동정책을 고집한다면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당정이 청년 문제 해소에 진심이라면 요란한 구호나 단발성 지원책보다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이중 구조를 해소할 개혁부터 서둘러야 한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