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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의 디지털 전환, ‘낯선 사람과 친구 맺기의 기술’ 익히기부터

■시니어 소셜미디어 마케터 정남진의 “인생2막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가기”_3편

코로나19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 급속도로 진행돼

챗GPT 개인들에게 ‘디지털 각성’하게 해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하려면 역량갖춰야

이미지=최정문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이 요즘 자주 등장한다. 영어 표현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줄여서 ‘DX’로 쓰기도 한다. 아날로그적인 것을 디지털로 바꾼다는 아주 쉬운 보통명사처럼 보이지만, 기업의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는 꽤나 어려운 전문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비대면이 모든 분야에서 뉴노멀로 자리를 잡았다. 기업은 생존의 방편으로 재택근무나 ‘줌’같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서둘러 도입했다. 거의 모든 업무는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언택트’라는 말에 이어 ‘온택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당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전투적이라고 할 만큼 급속도로 진행이 됐다.

왜 다시 디지털 전환일까

코로나19가 기억 속으로 멀어져가면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옅어지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의외의 방향에서 디지털 이슈가 터져 나왔다. 요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라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코로나19는 기업들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면 챗GPT는 직업의 미래와 관련해 개인의 호기심과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업의 디지털전환을 부랴부랴 재촉했다면, 챗GPT는 개인들로 하여금 뭔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디지털 각성’을 하게 한다. ‘챗GPT 격차’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챗GPT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시니어들에겐 이래저래 디지털 세계의 변화가 숨 가쁘기만 하다.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다룬 책 <살아남는 것들의 비밀>에서 윤정원 저자는 디지털 전환을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그리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3가지 양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디지타이제이션은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단계이고, 디지타이제이션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비즈니스 운영방식을 바꾸는 단계이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진정한 디지털 전환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프로세스와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그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기업의 정체성, 그것이 디지털과 접목되었을 때의 확장 가능성, 이후 소비자들과의 디지털 접점을 아우르며 고민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시니어의 삶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요즘 시니어들은 디지털에 매우 익숙해 보인다. 스마트폰쯤은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화면을 펼쳐보면 보통 수십 개의 앱이 깔려있다. 모바일 메신저 앱을 활용해 좋은 글과 추천 동영상 등을 공유하는 일에도 부지런하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 디지털 전환이 됐다고 할 수 있을까. 앞에서 제시한 기업의 디지털전환 기준으로 보면 아직 부족한 단계다. 디지타이제이션과 디지털라이제이션을 넘어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경지로 가기 위해선 그 이상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요즘 시니어들은 전문지식과 콘텐츠를 갖춘 세대다. 그걸 바탕으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발신하고, 디지털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퍼스널 브랜딩까지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디지털 영역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다면, 시니어들은 디지털 덕분에 이전과 다른 독립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낯선 사람과 친구 맺기의 기술

디지털 세상에서의 독립된 삶은 많은 시니어의 꿈이다. 그 꿈을 위해 시니어들이 디지털로 자신을 전환하는 일에 나선다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단련해야 할까.

우리가 ‘전환(Transformation)’하고자 하는 디지털 세계의 근간은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휴먼 네트워크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는 익명의 대상 즉, 낯선 사람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뜨겁게 활성화되고 있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시스템이 바로 그렇게 작동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장 SNS 공간에 나의 계정을 개설해 나만의 콘텐츠를 포스팅하고, 디지털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팔로워를 모으고, 팔로잉하고, 소통하고, 그렇게 디지털 세상에서 낯선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관계를 맺는 일에 익숙해져 볼 일이다.

진화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 교수는 자신의 저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현생 인류의 시초였던 호모 사피엔스가 인류의 다른 종들을 제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용맹함도, 신체적 우월함도 아닌 ‘다정함’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 스스럼없이 친구를 맺는 성품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 종은 타인과 손쉽게 지식과 지혜를 나눌 수 있었으며, 그런 특성이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키면서 현생 인류는 거대한 인지혁명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다정함의 원리는 요즘 디지털 세상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고 있다. 거듭, 디지털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정함의 기술 즉, 낯선 사람과 친구 맺기의 기술이야말로 시니어가 자신을 디지털로 전환을 하는 데 있어 갖춰야 할 최고의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시니어가 단련해야 할 기술이 ‘다정함’이라면, 이거 참 쉽고 유쾌한 일이지 않은가.
정남진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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