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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경험치가 쌓여야 커피 맛 알 듯, 인생도 경험이 쌓여야 새로운 삶 살 수 있어”

■ 스페셜티 커피 매거진 ‘드립’의 김태호 편집장

광고기획사에서 사회생활 시작…패션 회사 이직 후 오랫동안 디자인 경험 쌓아

이후 타블로이드 등 매거진 제작도 해

인생 1막 경험 바탕으로 ‘드립’ 창간

커피 전문 매거진으로 인정받아…교과서로도 활용돼

김태호 드립 편집장/사진=정혜선


스페셜티 매거진 드립의 김태호 편집장은 자신을 ‘꼴통’이라 말한다. 세상에 관심이 많아 하고 싶은 일이 많고, 또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어서다. 그런 성격 덕분에 인생 1막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그 경험은 인생 두 번째 삶에서 매거진 ‘드립’을 창간하는데 자양분이 됐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말하는 김 편집장은 앞으로 인생 2막을 살 후배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조언한다.

나이 50, 드디어 좋아하는 일을 찾다

- 반갑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나는 스페셜티 매거진 드립의 김태호다. 사실 내 소개를 할 때는 ‘꼴통’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웃음). 세상에 관심이 많은 데다 궁금하면 직접 다 해봐야 한다. 그래서 꼴통이다. 하하.”

- 현재 발행 중인 매거진 ‘드립’이 커피 매니아들 사이에선 유용한 정보를 주는 매거진으로 유명하더라. 드립을 창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시작은 지인의 제안이었다. 내가 매거진 제작 경험이 있다 보니 함께 전문 커피 매거진을 만들어 보자고 하더라. 그런데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결국 2017년에 ‘드립’을 혼자 창간하게 됐다.”

- 그럼 지금 매거진을 혼자 만들고 있는건가.

“그렇다 혼자서 다 한다(웃음). 나는 드립을 혼자 만들면서 ‘오십살이 넘어서야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됐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세상에 관심이 많은 데다 궁금하면 다 해봐야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여행, 글쓰기, 사진 촬영, 편집, 이미지 제작 등 관심 분야가 넓다. 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게 매거진 제작이더라. 현재 즐기면서 매거진을 만들고 있다.”

- 매거진이 특색이 있더라. 매거진에 대해 설명해 달라.

“격월로 발행돼 1년에 6권이 나온다. 한 권의 매거진에 한나라만 싣는다. 첫 호는 르완다였다. 이렇게 한 권의 매거진에 한나라의 커피 이야기를 담아낼 때는 그 나라에 한 번 다녀와서는 못 만든다. 적어도 꽃이 필 때와 수확할 때 두 번은 다녀와야 가능하다.”

- 그럼 매거진 제작을 위해 해외도 직접 다녀오는 건가.

“물론이다. 한번 갈 때 한 나라만 가는 게 아니라 주변을 다 둘러보고 온다. 가서 사진도 직접 다 찍어온다. 현재 외장하드 6개에 대륙별 사진이 담겨있다(웃음). 그렇게 콘텐츠가 누적돼야 매거진을 만들 수 있다. 다음달(11월)에도 쿠바의 커피 수확 시기에 맞춰 출국해 브라질, 온두라스, 쿠바, 자메이카 등을 돌아보고 올 예정이다.”

-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출장이 어려울 땐 어떻게 제작했나.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을 오랫동안 가지 못하니 어떨 수 없이 분기에 한 권씩 발간했다. 독자들이 이해를 해줘 가능한 일이었다.”

- 매거진을 만들면서 가장 보람됐던 적이 언젠가.

“아무래도 전문 커피 매거진으로 인정해줄 때인 것 같다. 사실 국내에 커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담긴 단행본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이 매거진이 커피 관련 수업에 교과서로까지 쓰인다고 하더라(웃음).”

- 매거진 내용을 보니까, 기사를 쓰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겠더라.

“맞다. 찾아서 공부하기도 하지만 국내 자료로는 한계가 있다. 이번 호가 ‘케냐’편인데, 케냐의 커피 원두를 쓰는 독일의 생두회사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식으로 정보를 모아 공부한다. 사실 자료를 요청해서 얻는 과정이 복잡해 쉽지 않다.”

- 이 정도면 커피 관련 지식으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커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르완다에 가서 커피에 대해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웃음).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다 시큼털털한 맛이나 ‘커피가 왜 신지’ 묻자 그냥 웃더라.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한국에 돌아와 커피 관련 서적을 찾아보는데, 자세히 나와 있는 책이 없더라. 그저 산미 탓이라는 설명만 있더라. 그래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 가끔 아메리카노를 마셔보면 신맛이 나는 경우가 있다. 왜 신 건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과일 맛과 꽃향기가 생두에 배어 신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사진=정혜선


인생 1막 쌓은 경험은 인생 2막의 자양분

- 드립을 읽다 보면 만든 이의 커피 사랑이 여실히 묻어나더라. 커피를 좋아하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웃음). 하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서 생각해보니 1977년도였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 생두를 구해와 솓뚜껑에 볶은 뒤 방앗간에 가 빻아와 커피를 내려줬다. 1970년도에 집에서 직접 로스팅을 해준셈이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너무 맛이 없어 아버지께 이걸 왜 마시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마신 원두에 대한 궁금증에서 커피 사랑이 시작된 듯하다.”

- 어느 나라 원두인지 찾았나.

“아직 못 찾았다. 한 번은 에티오피아에 가서 분나(Bunna)를 대접받았는데, 즉석에서 커피 볶는 방식이 아버지가 해준 것과 같더라. 누가 아버지께 그렇게 커피 내리는 방식을 알려줬는지 궁금할 뿐이다. 아련한 추억이다.”

- 매거진을 제작하기 전엔 어떤 일을 했었나.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건 광고기획사였다. 그러다 패션 관련 기업으로 이직해 디자인 일을 오랫동안 했으며, 이후엔 타블로이드나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다.”

- 그럼 은퇴 후 경력을 살려 창업한 셈인데, 인생 2막을 위해 1막에 이런 준비를 하라고 조언을 한다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경험을 쌓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에 필요 없는 경험은 없는 듯하다. 그 경험들이 인생 2막에 새로운 삶을 살 때 자양분이 된다.”

- 인생 2막에 좋아하는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며 또 다른 목표가 생겼을 것 같다. 어떤가.

“우리나라에 커피숍이 9만 개가 넘는다고 하더라. 이렇게 커피를 좋아하면서 커피에 대한 전문지식을 담은 책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드립’이 커피의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책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현재는 그 과정에 있다. 또한, 현재 한나라를 세 편으로 나눠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는데, 그 3편을 모아 대륙별 단행본을 내려고 한다. 그게 목표다.”

- 마지막 질문이다.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에 대한 팁을 좀 달라(웃음).

“가장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커피를 맛있게 마시려면 내 입에 맛있는 커피를 찾으면 된다. 커피는 기분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같은 커피여도 사람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 또한, 이 사람의 커피 경험을 모르는데 특정 커피를 권해주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와인을 생각해보라. 처음 와인 맛을 모르다 맛의 경험치가 쌓이면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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