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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백련 빅웨이브 대표 "유언장은 인생 중간점검···웰다잉 준비물이죠"

웰다잉 돕는 비대면 서비스 '아이백'

자산별·상속비율 지정하면 음성유언장

3자 증인도 지원, 가족간 상속다툼 줄여줘

"예고없는 죽음…삶 되돌아보는 준비 필요"

빅웨이브 채백련대표 사진제공=빅웨이브


“죽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다소 바뀌고 있지만 스스로 ‘좋은 죽음(웰다잉)’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지요. 소중한 사람들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남기고 삶을 잘 마무리하도록 돕는 일이 고령사회에서는 꼭 필요합니다.”

웰다잉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빅웨이브의 채백련(34·사진) 대표는 2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가 ‘준비되지 않은 죽음’의 두려움을 줄이고 비용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채 대표가 내놓은 ‘아이백(iback)’은 비대면으로 유언장을 남겨둘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웹에서 사후에 전달하고 싶은 말을 편지 형식으로 기록해 두거나 유산상속을 위해 법적 효력을 갖는 유언장을 만들 수 있다. 부동산과 은행 예금, 주식 등 피상속인 자산을 항목별로 입력하고 상속인 및 비율을 지정하면 ‘아이백’ 서비스가 이를 형식에 맞도록 자동 변환한 문장을 사용자가 직접 읽어 법적 효력이 인정되는 ‘음성 유언장’을 남기는 방식이다. 채 대표는 “음성 유언장에 필수적인 제3자 증인도 지원한다”며 “일반인은 유언장 요건을 잘 모르고 변호사를 찾아가는 것도 부담인데 이들을 위한 비대면 서비스로는 국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3월 서비스를 선보인 후 유언장을 만든 사용자는 100여 명, 방문자도 3000명에 달한다. 그는 “한 20대 청년이 사후에 일기장을 소각해달라는 편지를 남기거나 자녀가 없는 사용자가 형제·조카 등 법정상속인이 아닌 주변 지인에게 재산을 주고 싶다는 유언장을 만든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자산가가 아니어도 상속 설계는 웰다잉의 핵심이다. 실제 가족 간 상속으로 인한 법정 다툼의 상당수가 1억 원 미만의 유산을 두고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남은 가족들이 유산으로 남남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됐다”며 “상속세와 관련해 세무사 등을 추천·연결해준다”고 말했다.

채 대표는 웰다잉 서비스의 경쟁력으로 유언장의 순기능을 꼽았다. 그는 “시장조사에서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엄마들도 적지 않게 예고 없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유언장 작성은 삶을 중간 점검하는 ‘인생 계좌’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UC버클리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채 대표는 우리나라 국회 비서관과 미 벤처캐피털(VC) 500글로벌(옛 500스타트업) 본사의 대표비서실총괄 등 8년간 직장을 다녔다. 가족의 투병을 지켜보면서 죽음에 대해 자문하고 사업화를 결심한 그는 귀국한 후 지난해 빅웨이브를 창업했다. 빅웨이브는 500글로벌과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 DHP에서 투자를 받았고 연초 법무법인 원과 상속 컨설팅 업무협약도 맺었다. 그는 “미국·유럽 등에서는 ‘디지털 유언장’ 이 보편화됐지만 국내는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많다”면서도 “우리도 상조 서비스처럼 죽음 준비를 일상화하는 단계를 넘어 웰다잉을 의식하는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 대표는 연내 ‘아이백’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고 사전 연명치료 금지 동의, 장기 기증 의사 등도 남길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하기로 했다. 그는 “유가족 심리 치료 및 사후 행정처리 등 삶의 마무리까지 지원하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준비 안 된 죽음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회사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빅웨이브 채백련대표 사진제공=빅웨이브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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