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검생(檢生)2막]"약자 괴롭힘, 소수자 차별·혐오 줄이는데 앞장설 것"

이영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

'첫 여성 대검 과장’, ‘여성 2호 검사장’ 출신

"검찰 때처럼 공정한 사건 처리 지향"

"검수완박은 동의 어려워…문제 개선해야"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 . 이호재 기자


‘첫 여성 대검 과장’, ‘여성 2호 검사장’

이영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에게 따라 붙는 수식어다. 여성 검사로서 27년간 법무·검찰에 큰 족적을 남긴 이 소장은 2020년 1월 공직을 떠나 법조인이 아닌 ‘가보지 못한 길’을 걷기로 했다. 전관 출신이라면 으레 하는 변호사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이 소장은 지난 3일 서울대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어릴 적 꿈은 ‘고단한 사람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주는 일’이었다”며 “경제적 풍요나 권력의 향유가 아닌 소박한 정신적 만족을 쫓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현재 모교에서 후배와 교직원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건네는 일을 맡고 있다.

이 소장은 “법조계의 활발한 활동에 비해 소박하지만 공익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로 인권센터에서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은 사회인 대학교 안에도 성폭력, 성희롱, 괴롭힘 등 구성원들 간 인권침해 사례가 꾸준히 발생한다. 이 소장은 동료들과 함께 교내에서 일어나는 남모를 고충들에 대해 상담을 하고, 신고가 접수되면 사실관계 조사를 거쳐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한 뒤 후속처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인권센터에서의 일은 검찰 시절의 업무와 비슷하면서 확연히 다른 구석도 있다. 이 소장은 “검사 시절 분쟁이나 갈등 상황에 있는 사람을 많이 보고 상대한 경험을 인권센터에서도 활용하고 있다”며 “상담 단계에서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입각해 피해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신고사건 조사 단계에서는 검찰 때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사건 처리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검찰에서 재직하면서 했던 피해자 보호와 지원, 또 가해자에 대한 적법절차 준수에 더욱 만전을 기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막상 근무를 해보니 인권이라는 개념이 매우 포괄적이고 그 침해 여부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수사기관과는 달리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 권한이 없어 진상을 명확하게 가리는 것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업무에 임하면서 가장 큰 원칙은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는 것이라며 “진상을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상담소장 인터뷰. 이호재기자


공교롭게도 이 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공포안을 의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검찰 출신인 이 소장의 표정에도 착잡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는 “검수완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국민의 인권보장과 형사사법의 정의실현에 핵심적 기능을 수행한 검찰이라는 기관을 대책 없이 실질적으로 폐지하는 것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며 “현재 검찰에서 수사기능과 공소유지기능에 할당된 인적·물적 자원을 비교하면 수사기능의 박탈이 검찰이라는 기관의 실질적 폐지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그간 사건처리에 공정성을 잃은 경우가 있고, 개혁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너무 다급하게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바람에 법이 시행되면 분명히 많은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라며 “이제 법이 공포된 마당이므로 앞으로 닥치는 문제까지 진영 논리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솔직하게 바라보고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나가야 국민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3년의 임기도 이제 반환점을 넘겼다. 지난해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기업의 사외이사로도 합류하는 등 이 소장의 시계는 바삐 돌아가고 있다. 그에게 앞으로 목표에 대해 묻자 “강자가 약자를 부당하게 괴롭히거나 불편하게 하는 일, 다수가 소수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일을 줄여나가는 것에 좀 더 집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링컨 대통령이 말했다는 ‘가혹한 정의보다 자비가 더 큰 결실을 맺는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아요. 가혹한 인권이 아니라 따뜻한 인권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담소를 운영해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부터 트레바리라는 독서클럽에 클럽장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함께 법 관련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정신적 자극과 영감을 주는 클럽장이 되는 것도 올해 제 소중한 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