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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STORY]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세탁기·사넬 숄더백 여성에 자유줬지만···세탁기 없애면 남녀 모두 자유"

[비대면 세탁서비스 '런드리고' 운영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빨래할 시간·공간, 본인에 투자하도록

현관앞 수거 → 세탁 →배송서비스 론칭

창업 3년만에 하루 3000가구가 주문

무인세탁 펭귄하우스·아워홈 사업 인수

국내선 B2C서 B2B로 사업영역 확대

美세탁 스마트팩토리 건설기술까지 확보

"국내 이어 세계 1위 목표 달성하면 상장"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가 서울 용산구 사옥에서 인터뷰하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샤넬과 세탁기의 공통점은 여성에게 자유를 줬다는 것이다. 1955년 2월 샤넬은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숄더백(2.55백)으로 여성의 손을 자유롭게 했고 세탁기는 1800년대 후반 여성들의 가사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빨래하는 시간을 ‘제로(0)’로 만들어 그 시간을 제발 ‘나를 위해(For Me)’ 보내라며 모든 집에서 세탁기를 없애겠다는 이가 있다. 바로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다. 맞벌이 가구, 1인 가구, 실버 가구 등이 증가하면서 빨래가 여성만의 몫은 아닌 까닭에 세탁 서비스는 남녀노소 모두의 가사 노동을 줄여주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19일 서울경제와 만난 조 대표는 “세탁기를 없애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며 “주거 공간도 넓어지고,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도 길어지고, 아내와 빨래를 놓고 다투는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탁기가 인류 노동의 6분의 1을 줄였다고 하고,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성 해방이라고도 한다”며 “한국의 모든 가정에서 세탁기를 없애 빨래할 시간에 자신을 위한 가치 있는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대표와 그의 부모 집에는 세탁기가 없다. 세탁기가 없는 집을 상상하지 못했던 어머니와 조 대표 부인은 이제 ‘런드리고’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세탁기를 없애는 순간 주거 공간의 혁신도 이룰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의식주컴퍼니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자취할 때를 떠올려보면 세탁기와 빨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세탁기를 놓고 빨래를 널면 거의 빨래랑 같이 산다고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탁기를 없애 주거 공간을 넓히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다”며 “빨래를 하지 않는 시간과 세탁기·건조대가 없는 공간을 자신을 위해 쓰라”고 강조했다.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오승현 기자


비대면·모바일·배송 이 세 가지 요소를 결합한 세탁 서비스는 그가 2018년 의식주컴퍼니를 창업하고 2019년부터 ‘런드리고’를 선보일 때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0년 1월 말 국내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비대면 서비스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오프라인·대면 중심인 세탁 서비스의 단점을 극복한 데다 속옷까지 세탁을 맡기는 데 주저하지 않는 MZ세대는 대면보다 비대면 소통에 익숙하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코로나로 자연스럽게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며 “오프라인이 99%였지만 이제는 온라인이 3~4%가량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들 바쁜데 약속을 해서 세탁을 맡기고 받는 과정은 난센스라고 생각했다”며 “또 절대 만나면 안 된다, 만날 경우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런드리고의 시그니처가 된 수거함 ‘런드렛’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300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현대중공업에 합격해 몇 년간 홍보실에 근무하고, 신선 식품 새벽배송 스타트업 덤앤더머스를 창업한 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서비스)에 매각하고, 배민프레시 대표 등을 거친 화려한 이력의 조 대표가 전통 서비스인 세탁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창업 이후 스타트업 대표를 지내다 모든 것을 접고 ‘이제 다시는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미국으로 ‘힐링 여행’을 떠난 후 그는 다시 창업을 계획했다. 여행을 하다 소지품을 몽땅 도둑맞았는데 빨래만 훔쳐가지 않은 것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미국의 세탁 문화를 한국인이 만들었다는 점, 기계화와 표준화할 경우 글로벌 확장성이 무한할 것이라는 점도 새로운 창업 의욕을 부추겼다.

그는 “빨래를 도둑맞은 후부터 ‘퇴사자의 힐링 여행’이 세탁 여행이 됐다”며 “이때부터 세탁이 기계화·표준화되고 모바일과 연계될 경우 폭발적인 반응이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조 대표는 “우리 삶과 굉장히 밀접한 산업인데 왜 혁신적인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당찬 목표도 밝혔다.

조 대표는 지난해 미국 뉴욕시 소재의 세탁 팩토리 EPC 전문 기업인 에이플러스머시너리를 3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올해는 아워홈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세탁 공장 크린누리의 사업과 자산 일체를 비롯해 무인 세탁소 ‘펭귄하우스’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 진출은 물론 국내 B2C부터 B2B까지 사업 영역과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세탁은 전통적인 골목상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대규모 투자금이 투입된 스타트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세탁업 종사자들의 평균연령이 65세 이상으로 고령화하고 있는 데다 몇 년 전부터 세탁업이 자연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의 골목상권 침투로 인한 감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최근 인수한 무인 세탁소 ‘펭귄하우스’가 은퇴를 앞둔 세탁업 종사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데다 하루 종일 가게에 매달려 있다 보니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며 “무인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무인 세탁소는 하루에 한 번 정도 들러서 점검만 하면 된다. 실제로 조 대표는 아버지의 제안으로 무인 세탁소 인수를 고려했다고 한다.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퇴직을 한 그의 부친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인턴 사원’에 지원해 일을 할 정도로 사회·경제활동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인턴 사원을 그만둔 그의 부친이 무인 세탁소가 고령자에게 적합한 사업 아이템인 것 같다고 전한 것.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오승현 기자


창업 3년 만에 매출액 150억 원, 올해는 45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을 만큼 의식주컴퍼니는 성장했지만 조 대표는 다시는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회의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2의 벤처 붐’이라고 할 정도로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조 대표가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까지만 해도 창업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처음으로 창업했던 2011년에는 스타트업이라는 말도 없었어요. 그리고 벤처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상종하지 말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고 객기로 치부하기도 했죠. 실제로 저희 부모님도 대기업 그만두고 창업한다고 했을 때 앓아 누우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벤처 스타트업 채용 인원이 대기업보다 많아지고 젊은이들의 도전으로 대단한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긴 게 신기하고 그렇습니다.”

실제로 의식주컴퍼니도 고용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00명이던 직원이 올해는 4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70%가 세탁 공정 인력일 정도로 고용이 창출되기 어려운 전통 산업 근로자의 고용을 확대했다.

세탁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의 비상장사)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가운데 상장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크다. 조 대표는 1~3년 후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그는 “모든 직원들이 진짜 치열하게 열심히 뛰고 있다”며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국내 스타트업은 세계 1위가 없다. 국내에서 1위를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먼저다. 저희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되면 상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3000가구로부터 세탁물 주문이 들어오고 거의 모든 고객들의 의견을 읽고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 대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원하는 세제 개발부터 세탁 방법 등을 고민하는 그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대체 불가능한 사명감’을 주는 일이 바로 세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백 년 이어졌던 산업이고 다음 세대를 여는 산업이 바로 세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진짜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대체 불가능한 사명감을 주는 대상이 바로 가족과 세탁입니다.”

he is… △1981년 서울 △인천 계양고 △연세대 신문방송학 학사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MBA △2007년 현대중공업그룹 △2011년 신선 식품 새벽배송 ㈜덤앤더머스 창업

△2015년 덤앤더머스 우아한형제들에 매각 △2015년 배민프레시 대표, 우아한형제들 부문대표 △2018년 ㈜의식주컴퍼니 창업 △2019년 런드리고 서비스 출시 △2021년 미국 탁 전문 기업 에이플러스머시너리 인수 △2022년 호텔 세탁 사업 '크린누리' 인수 △2022년 '펭귄하우스' 인수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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