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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글로브' 품은 깐부할배 오영수···"이젠 한국 속의 세계죠"

['오징어게임'으로 남우조연상 수상]

한국 배우 첫 연기상 부문 수상

기생충·미나리도 못 이룬 쾌거

"스스로 처음 '괜찮은 놈' 칭찬

모두 아름다운 삶 사시길" 소감

주연상·작품상은 '불발' 아쉬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포스터. /사진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깐부 할아버지’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오영수가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TV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한국 배우가 골든 글로브에서 연기상을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인종·성 차별과 부정부패 의혹으로 할리우드가 골든글로브를 보이콧한 가운데 시상식이 진행되면서 상의 가치가 빛바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영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비벌리 힐튼 호텔에서 개최한 시상식에서 TV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그와 경쟁을 펼친 후보자들은 ‘석세션’(Succession)의 키에라 컬킨, ‘더 모닝쇼’(The Morning Show)의 빌리 크루덥·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Ted Lasso)의 브렛 골드스타인이다. 만 77세의 나이에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오영수는 수상 후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며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 배우가 처음으로 골든 글로브 수상의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 한국계 배우로는 샌드라 오, 아콰피나 등이 수상한 사례가 있지만 한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에 출연한 한국 배우가 연기상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2020년 ‘기생충’, 2021년 ‘미나리’가 각각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바 있지만 연기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 홈페이지에 오영수의 TV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을 알리는 이미지가 올라가 있다. /골든 글로브 홈페이지 캡처


이번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외에 ‘오징어 게임’이 후보에 올랐던 TV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과 작품상 부문 수상은 불발됐다. 작품상은 ‘석세션’에게 돌아갔으며, 배우 이정재도 TV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제외한 주요 부문에서 비영어권 작품이 후보에 오르는 일이 없었기에, 노미네이트만으로도 한국 작품으로서는 초유의 기록이다.

한편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전반의 보이콧 분위기 속에 HFPA 측과 일부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극도로 조촐하게 열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알려진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아카데미상과 그래미 어워즈에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를 끌어 모아 온 행사였다. 하지만 올해는 TV나 온라인 중계방송도 일절 진행되지 않았으며, 주최 측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시상 내역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트위터로 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데 그쳤다.

한 이용자가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시상식의 수상자를 확인하고 있다.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영화·방송계가 인종·성 차별, 부정부패 문제 등으로 인해 보이콧하면서 중계방송조차 열리지 않은 가운데 초라하게 열렸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전례 없는 시상식 보이콧이 벌어진 것은 골든글로브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제기돼 온 인종·성차별 논란과 부패 의혹 때문이다. 앞서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도 영어 대사가 절반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작품상과 배우상 후보에서 배제돼 차별 논란에 기름을 부은 바 있다. 백인 위주의 HFPA 회원 구성, 성차별 논란, 불투명한 재정 관리에 따른 부정부패 의혹 속에 급기야 올해는 콘텐츠 제작사와 홍보 에이전시 등 100여 곳이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AP통신은 “제작사나 홍보 에이전시들은 후보 선정을 위해 시상식 측에 스크리너를 제공하는 것도 거부했으며 후보에 오른 이들 중에서 공식적으로 축하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부랴부랴 개선 방안을 내놓았으나 주관 방송사인 NBC마저 ‘변화에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며 중계방송을 거부했다. 오영수, 이정재, 황동혁 감독 등 ‘오징어 게임’ 관계자들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듯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영화 분야에서는 ‘파워 오브 도그’가 극영화부문 작품상을 받았으며, 감독상과 남우조연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뮤지컬·코미디부문 작품상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뮤지컬 영화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돌아갔다. 주연상은 ‘비잉 더 리카르도스’의 니콜 키드먼과 ‘킹 리처드’의 윌 스미스(극영화부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레이첼 지글러와 ‘틱, 틱… 붐!’의 앤드루 가필드(뮤지컬·코미디부문)가 수상했다.

올해부터 외국어영화상에서 이름을 바꾼 비영어부문 작품상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가 수상했으며, 최우수 애니메이션은 ‘엔칸토’에게 돌아갔다.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수상자들에게 수여될 트로피의 모습. /AFP연합뉴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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