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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아크메드라비, 호주서도 오픈런...비욘세도 입는 K스트리트 패션 만들 것"

['K패션' 차세대 주자-구재모·진모 아크메드라비 대표]

동대문서 10년 노하우 쌍둥이 CEO

케미 살려 만든 '강남티셔츠' 입소문

창업 4년만에 연 매출 700억 달성

메인 컬러·사이즈로 재고 최소화

원단 비용, 원가의 15%까지 높여

품질경영에 컬래버 러브콜도 쇄도

中·동남아 등 전세계 60여개 매장

아트워크로 유럽·美 진출 도전장

구재모(오른쪽)·구진모 아크메드라비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TV에서 연예인들이 우리 브랜드 옷을 입고 나온 것을 하루에 4번이나 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 기분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짜릿했습니다."

자본금 300만 원으로 패션 회사를 창업해 약 4년 만에 연 매출 700억 원을 달성한 쌍둥이 형제가 있다. 주인공은 구재모·진모 아크메드라비 대표(40)다. 아크메드라비는 귀여운 아이 얼굴을 크게 프린팅한 '베이비 페이스' 티셔츠로 글로벌 시장에서 러브콜을 받는 브랜드다. 서울 강남 청담동 1호점에서 시작한 뒤 현재 매장 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호주까지 60여 개로 늘었다.

K스트리트 패션의 중심에 있는 구재모·진모 대표를 최근 강남구 사옥에서 만났다. 남자 쌍둥이 형제 최고경영자(CEO)라는 독특한 이력에 걸맞게 서로를 먼저 챙기는 '케미'가 인상적이었다. 형제는 지난 2017년 아크메드라비를 창업했다. 독특한 디자인의 아크메드라비는 아이유와 엑소 등 유명 연예인들이 입는 티셔츠로 금세 유명해진 뒤 2019년 중국에 진출했다. 현재 중국 내 매장 수는 33개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총 11개 면세점을 중심으로 주요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호주에 진출했는데 개점 첫날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700억 원의 매출을 냈다.

일란성 쌍둥이인 이들이 처음부터 패션 사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바다가 좋아 형제 모두 같은 대학에서 해양생명공학을 전공했고 동생인 구진모 대표는 아쿠아리스트 자격증까지 땄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학문은 연구 위주로 돌아갔고 현장을 좋아하던 형제는 동대문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여기에는 구진모 대표의 역할이 컸다. 그는 현재 무신사가 과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었던 시절부터 신발 마니아였다. 당시 보유했던 한정판 신발만 수백 족에 달한다.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구재모 대표도 여성복 회사 영업 사원으로 취직해 경험을 쌓았다.

구재모(오른쪽)·구진모 아크메드라비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주요 패션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구재모(오른쪽)·구진모 아크메드라비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이들은 27세였던 2007년 패션의 메카 동대문에 입성했다. 이후 창업 이전까지 약 10년간 스트리트와 명품 브랜드 병행 수입 사업체를 운영했다. 당시만 해도 패션 경기가 좋아 두 형제는 소위 '잘나가는 젊은 사장'이 됐다. 하지만 점점 경쟁이 심해졌고 후려치는 가격에 월세를 내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지쳐가던 형제는 ‘우리 사업을 해보자’는 결론을 냈다. 가격으로 평가받지 말고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내 브랜드'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었다. 그 길로 구재모·진모 대표는 동대문을 미련 없이 떠났다.

회사 이름을 고민하던 중 파리 유학을 다녀온 큰누나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프랑스어로 '인생의 정점'이라는 뜻의 아크메드라비(acme de la vie)였다. 두 형제는 "진짜 우리 인생의 정점을 찍어보자"면서 이를 사명으로 정했다. 디자인은 구진모 대표가 맡았다. 동대문 생활에서 얻은 노하우를 쏟아부었다. ‘메인 컬러, 메인 사이즈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패션 사업은 항상 재고라는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데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색상·사이즈를 공략해 적중률을 높이자는 판단이었다.

"멋있고 예쁜 옷은 호불호가 갈리는데 귀여운 옷은 누구나 좋아하더라고요." 구진모 대표는 누구나 좋아할 법한 귀여운 디자인으로 어린아이의 얼굴을 택했다. 검은색·회색·흰색 등 무채색을 메인 컬러로 내세웠다. 사이즈는 두 종류로 제한했다.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일명 '도넛 후드티'다. 후드티 앞면에 도넛으로 얼굴을 가린 아이들의 사진이 프린팅된 이 상품은 훗날 아크메드라비의 효자가 된다. '베어돌' 티셔츠도 인기를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크메드라비가 2020년 11월 출시한 베어돌 티셔츠는 곰 인형 아트워크를 큼직하게 프린팅한 것이 특징이다. 이 티셔츠가 출시된 후 같은 콘셉트의 상품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번에는 형인 구재모 대표가 나섰다. 여성복 영업 사원을 거치면서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해 스타 마케팅을 시도했다. 연예인 매니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아크메드라비를 알렸다. 그러자 론칭 1년 만에 연예인을 통해 제품이 노출된 횟수가 1,500번을 넘었다. 이 중 비용을 내고 협찬이 이뤄진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중매체를 통해 노출되자 강남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도넛 후드티가 '강남 티셔츠'로 입소문이 나면서 길거리를 휩쓸기 시작했다. 당시 아크메드라비의 10만 원짜리 후드티가 중고거래 시장에서 30만 원에 팔릴 정도였다.

단지 스타 마케팅으로 뜬 것만은 아니다. 디자인·생산을 총괄하는 구진모 대표는 누구보다 뛰어난 품질을 강조한다. 동대문에서 명품 병행 수입 사업을 하며 '질 좋은 옷만 살아남는다'는 공식을 깨우친 것이다. 보통 옷 한 벌 원가에서 원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다. 그러나 아크메드라비는 이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리는 등 품질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그 결과 아크메드라비의 재구매율은 90% 이상에 달한다. 10명 중 9명 이상은 꼭 한 번 이상 재구매한다는 뜻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품질이 좋지 않은데 가격이 비싸면 소비자들이 반감을 갖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품질만큼은 자신 있는 옷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로벌 콘텐츠의 컬래버레이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심슨 가족과 세서미스트리트·카카오프렌즈와 손잡고 독창적인 디자인의 의류를 내놓았다. 컬래버레이션 대상에서도 '누구나 좋아할 만한'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두 대표의 기준이 잘 드러난다.

아크메드라비는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문을 열어놓았다. 2019년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도 K팝 유행을 타고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9년 매출은 486억 원으로 1년 만에 약 10배가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전년 대비 150%가량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국내 면세 시장이 어려웠지만 해외 현지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서 지난해 13%로 대폭 늘었다. 두 대표는 동남아에서의 인기 비결로 계절과 관계없이 다양한 시즌 상품을 매달 출시하는 것을 꼽았다. 한겨울이라고 재킷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팔 신상품도 출시해 동남아 시장을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의존도가 높았던 중국 시장의 비중은 70%에서 60%로 낮췄다. 지난해 5월 호주 멜버른의 한 대형몰 앞에는 오픈 전부터 대기줄이 생겨나는 이색 풍경이 벌어졌다. 아크메드라비가 호주에 첫 매장을 내고 현지 MZ세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다. 호주에서는 꾸준히 직구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던 상황이었다. 트와이스와 송민호 등 K팝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한 것도 한몫했다. 멜버른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의류 업체들이 유통망을 확장하거나 초기에 진입할 때 거치는 관문 같은 곳이다. 이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주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아크메드라비는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에서만 파는 독점 상품을 꼭 내놓는다. 현지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올해는 일러스트를 포함한 아트워크 위주의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타 브랜드의 경우 재고 발생 우려로 아트워크 디자인을 꺼리는 것이 다반사다. 반면 아크메드라비는 이미 베이비 페이스 등 일러스트 디자인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K스트리트 패션을 해외에 알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비욘세만큼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가 아크메드라비를 입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1981년 서울 △2007~2017년 프리미엄 및 명품 유통 사업 △2017년 아크메드라비 창업 △2019년 국내 면세점 입점 및 중국 진출 △2020년 주요 백화점 입점 △2021년 호주 진출
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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