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CEO&STORY] "건축가의 시기는 50대부터···천재적 작업은 협업에서 이뤄져"

■윤세한 해안건축 대표의 건축 철학

충분한 경험 쌓여야 비로소 건축관 나타나

오래 자기일 할 수 있게 사실상 정년 없애

'건축 사대주의'는 문제…공정한 경쟁해야

[CEO&STORY]윤세한 해안건축 대표 /오승현 기자


“건축가가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사실 50대부터입니다. 경험이 충분히 쌓이고 다양한 일을 해왔을 때 비로소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알 수 있습니다.”

윤세한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외국 유명 건축사사무소와 국내 업계의 중요한 문화적 차이 중 하나로 ‘너무 이른 업무 배제’를 꼽았다. ‘경험’을 갖춘 건축가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외 유명 건축사사무소와 본격적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40~50대가 되면 더 이상 설계 업무를 하지 않고 관리만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음악이나 미술 분야 등에서는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명성을 누릴 수 있겠지만 건축이라는 분야는 적어도 50세는 돼야 스타일이나 건축관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런데 60세에 은퇴한다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 대표는 프랑스의 르코르뷔지에, 독일의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 같은 유명 건축가들을 예로 들며 “외국에서 성공한 건축가들은 80세, 심지어 90세까지도 일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을 바탕으로 해안건축의 정년도 사실상 폐지했다. 정년제가 있기는 하지만 본인이 원하면 회사와 합의한 조건으로 원하는 만큼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과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것이 정말 보기 좋다”고 했다. 또 이런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내 직급을 최소화하고 직급 고하와 관계없이 모두 경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윤 대표는 “현대 건축에서 인상적인 성과물을 만드는 것은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기술과 소통을 겸비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천재적인 작가가 천재적인 작업을 하더라도 그 밑바탕에 협업이 있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며 “창의적이고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이 협력했을 때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축가들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건축주들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 또한 덧붙였다. 윤 대표는 “한국 건축가들이 대접을 못 받는 것은 우리 탓도 있지만 외국 건축가만 좋아하는 문제도 있다”며 “건축 사대주의와 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민간은 어쩔 수 없더라도 최소한 공공 분야는 국내 건축가와 외국 건축가에게 똑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 노력하고 발전시켜 외국 건축가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 저작권자 ⓒ 라이프점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

팝업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