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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작가 “ 현실에 드러난 작품 속 혐오사회··· '끝냈다' 후련함보다 많은 생각 들어"

[웹툰 ‘닥터 프로스트’ 10년 연재 마무리]

세대갈등·외국인 차별·유언비어 등

한국사회의 혼란한 분위기 투영

심리분석 소재로 이야기 풀어내

"독자들과 많은 변화와 성장 겪어

다양한 경험 쌓으며 차기작 준비"


“‘혐오’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기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일들이 어느 순간부터 일상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코로나19 시국이 되자 구체적인 장면이 보였고요. 오래 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예상하고 걱정했던 장면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드러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닥터 프로스트’를 완결한 이종범 작가.


심리분석이라는 소재를 만화로 풀어내 많은 고정팬을 확보한 인기 웹툰 ‘닥터 프로스트’가 최근 10년 만에 연재를 마무리했다. 진입장벽이 높아 보이는 소재를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과 속도감, 긴장감 있는 연출로 엮어낸 이는 연세대 심리학과 출신의 이종범 작가다. 연재 마지막회 댓글란에는 ‘이 만화를 보고 심리학에 꿈을 키워 대학도 심리학과로 진학했다’는 소감이 등장할 정도로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감사 인사가 줄을 이었다.

이종범 작가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끝냈다는 후련함보다 내가 만든 이야기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한 후 복기해야 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독자들이 얼마나 어린 시절부터 작품을 봤는지, 그 사이 얼마나 나이를 먹고 인생의 변화가 있었는지 고백하는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저 역시 그새 많은 변화를 겪은 느낌”이라고 돌아봤다. 그래서 바로 차기작을 준비하기보다는 다양한 일을 겪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10월부터 연재한 작품의 마지막 시즌은 ‘혐오’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세대 간 갈등, 외국인 차별, 온라인 유언비어를 유포해 사람들의 두려움을 자극하고 혼란한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는 모습 등 한국 사회와 맞닿은 소재들을 끄집어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닥터 프로스트’를 ‘2021 오늘의 우리만화’로 선정하며 “인간의 자기 이해라는 테마를 작품 전반에 걸쳐 유지하며 이를 현재 한국 사회의 양극화된 갈등의 양상 안에서 풀어내 높은 수준의 결말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 작가는 “코로나 이전부터 ‘두려움에서 시작된 미움’이란 복합적 감정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다만 현실 속에서 혐오의 감정이 이토록 강하게 불거지는 데는 적잖이 놀란 듯했다. 연재 후기에서도 그는 “‘작가가 세상에 관심이 없으면 세상도 그 작가에게 관심이 없다’는 문장을 붙들고 살았다”며 “최근 몇 년간 가장 고민하며 두려워하던 일들을 만화로 그려봤다”고 언급했다.

작품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집회 속 폭동을 다룬다.


주인공 프로스트는 작품 막판에 “어떤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느냐가 사람을 만들어간다”고 강조한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던 작가는 “인간이 타고나느냐, 길러지느냐는 심리학의 가장 오래된 질문”이라며 “‘지금껏 누적해 온 경험과 시간이 모두 지금의 나’라는 생각이 자괴감과 자만심에서 빠져나오게 도와줬다. 결국은 이 문장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회에서 ‘인간은 누구나 같다’며 타인에 대한 이해를 거부했던 프로스트는 마지막에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며 상대를 향한 관심을 드러낸다. 지난 10년 동안 캐릭터와 함께 작가도 상당한 성장을 이뤘다. 스스로의 성장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저의 별것 아님을 편하게 인정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성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작가는 오랜 기간 웹툰 시장의 변화를 바라보고 성장을 체험해 온 1세대 웹툰 작가이기도 하다. 웹툰이 “정말 젊은 매체이며, 여러 모로 다이나믹하다”는 그는 “저 역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그저 계속 변하는 매체와 독자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시도에는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닥터 프로스트’ 일러스트를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웹툰에서는 소유의 개념이 없지만, ‘디지털 파일에 원본의 개념을 넣는’ NFT의 발상이 신선해서 직접 만들게 됐다고 한다.
“저는 뭔가 궁금해지면 직접 해 보는 쪽을 선호합니다. 비효율적이고 느릴지 몰라도 상당히 높은 퀄리티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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