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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매년 정기 건강검진 받을 필요 없어”

나고 나오키 작가의 <적당히 건강하라>

평균수명 80세일 때, 건강수명은 70세…10년 정도 차이나

정기 건강검진 받는 비용·시간을 취미에 투자하는 게 더 의미 있어

나고 나오키 작가의 <적당히 건강하라>는 건강을 최고로 생각하고 건강한 삶만을 추구하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이미지=공존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진 요즘이다. 수명이 길어진 게 다행이라면, 불행은 노년의 삶이 길어진 데 있다. 우리는 노년의 삶이 길어진 게 불행이 되지 않도록 ‘건강하게 오래 사는’ 욕망을 품게 됐다.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챙겨 먹으며 유기농 채소를 사 먹는다.

안타까운 것은 공기 좋은 곳에 살며 몸에 좋다는 음식과 영양제를 챙겨 먹어도 병이 찾아오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특히 현대 의학이 아무리 첨단 의학과 의료로 발달했다 하더라도 노화로 인한 모든 질병을 예방하기란 어렵다. 근거중심의학 전문가이자 의학·건강관련 베스트셀러인 나고 나오키 작가의 책 <적당히 건강하라>에 눈길이 간 이유다. <적당히 건강하라>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강한 장수’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욕망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충족할 수 없다. - 본문 中-

한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드는 평생 의료비를 살펴보면, 75세부터 79세까지 가장 많은 의료비가 든다. 평생 의료비의 절반 이상을 이 시기에 쓰는 셈이다. 이 말은 수명이 연장돼 오래 살더라도 결국 질병에 걸리거나 요양이 필요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2013년 일본인의 평균수명은 남성 80.21세, 여성 86.61세인데 반해 건강수명은 남성이 71.19세, 여성이 74.21세로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남녀 모두 10년 정도 차이가 난다.

사람들은 그래서 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항변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작가는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위해 매년 정기검진을 받고 영양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특히 65세가 넘었다고 꼭 매년 정기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흔히 알고 있는 의료 상식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65세 이상 중장년에겐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작가는 65세 이후 건강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사실 매년 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으로 취미 생활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것에 투자하는 게 의미가 있다. 요즘 뜨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바로 작가가 권하는 노년의 삶이다.

정년을 고려할 때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시기는 65세 이후부터다. 이 기간에 충실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사는 데에는 ‘건강욕’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 혈당 수치 조절을 위해 단 것을 피해야 하거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도 혈압 조절을 위해 조깅 정도는 해야 하는 등 무엇인가를 인내하고 강요당하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 본문 中 -

현대인들은 모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해 조기 치료를 해야 한다고 믿으며,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래야 안심을 하고 1년을 살아간다. 작가는 이런 현대인들의 모습을 ‘검사 만능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한다. 검사 결과가 조금이라도 나쁘게 나오면, 다시 정상 수치로 만들기 위해 약을 복용하고 건강기능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입에 달고 산다. 작가는 건강식품은 비건강식품이라며, 약보다 무서운 건강보조식품을 멀리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라고 조언한다.

과학적 사고라는 게 별것 없다. 그저 나이가 들면 몸이 약해지고, 때로는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건강하게 장수하자’는 흐름에 휩쓸리지 말고, 건강에 신경 쓸 에너지를 좋아하는 일을 찾고 취미활동을 하는데 쏟는 게 건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했다.

무엇보다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어쩌면 은퇴하는 순간까지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우리들일 수 있다. 은퇴 후 길어진 노년과 건강을 위해 박차게 나아가는 게 아니라 조금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적당히 건강하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행복의 형태가 개인마다 다르니 책을 통해 각자 최선의 생활방식을 찾아서 행복한 노년을 보낼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많은 사람들이 약으로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검사를 자주받고, 이상이 발견되면 바로 약을 먹고, 식사나 운동에 신경을 쓰며 오로지 건강한 생활만 추구해도 사람은 나이가 들면 몸이 점점 쇠약해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본문 中 -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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