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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째 정규앨범 낸 김현철 "30년 전처럼··· 시티팝 느낌 살렸죠"

11집, 1·2집 당시 구사했던 도시적 스타일 가득

힘 뺀 음악과 가사 덕분에 유연하게 청자 다가가

재킷도 레트로, 실물 음반도 LP·TAPE로만 발매

가수 김현철, /사진 제공=Fe&Me


“1989년 나온 1집 타이틀곡이었던 ‘오랜만에’는 밀었을 때 잘 안 된 비운의 곡이고 ‘달의 몰락’이 뜨면서 재조명될 때도 다른 곡이 인기를 끌었어요. 그런데 30년이 지나서 젊은 친구들이 따라 부르고 인기를 받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새로 내놓은 이번 앨범도 후회 없이 잘 내야겠더라고요”

지난달 14일 정규 11집 ‘시티 브리즈 & 러브송’(City Breeze & Love Song)을 낸 가수 김현철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음악을 작업할 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시티팝의 유행 속에 ‘오랜만에’, ‘동네’, ‘왜 그래’ 같은 과거 곡이 재조명됐듯, 그는 “올해 나온 곡도 잘 만들어지면 30년 후 누군가 들으며 광고 등에 쓰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0년대 중반께 한 공연장에서 ‘오랜만에’를 부르자 발매 당시 태어나지도 않은 20대 젊은이들이 환호하며 따라 부르고, LP에 사인을 받아갔던 경험은 그에게도 상당한 자극이었다.

김현철 11집 ‘시티 브리즈 & 러브송’(City Breeze & Love Song) 이미지. /사진 제공=Fe&Me


김현철이 이번에 내놓은 앨범은 아예 1·2집에서 선보였던 분위기와 비슷한 곡으로 가득하다. 당시 앨범이 그랬듯 이번에도 80년대 AOR(Album-Oriented Rock) 시티팝을 연상케 한다. 그는 처음부터 하나의 방향성으로 기획하진 않았지만 이 방향으로 흘러갔다며 “이런 음악을 하고픈 후배 음악인이 있다면 하나의 참조로 남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돌아봤다. 곡 전반적으로 힘을 뺐다. 김현철은 “가사에 좌절·아픔·고통 등 무거운 얘기가 없고, ‘사랑한다’는 말도 넣지 않았다”고 말한다. ‘좋아한다’는 말로는 설레고 두근대는 기분을 표현했다. 덕분에 앨범 수록곡은 전체적으로 유연하게 듣는 이의 귀를 파고든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브라스 연주를 비롯해 기타와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가볍지만 깨끗하고 청량하다. 멜로디 등 송라이팅도 매우 세련되고 반짝이는 감각이 가득하다. 데뷔 당시와 차이는 연륜이 쌓이며 두터워진 목소리라 할 만 하다.

처음엔 자신의 음악이 ‘시티팝’이란 범주로 묶으려는 시선조차 달갑지 않았다. 하나의 장르로만 이야기하려는 시도가 그간 해 온 다양한 음악의 범위를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앨범도 홍보 과정에서 한국형 시티팝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꾸준히 자기만의 음악을 했을 뿐 유행에 따라가려 만든 건 아니다. 그는 “그저 30년 전부터 해 왔듯 내가 하는 음악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철은 음악 외 부분도 80~90년대 느낌으로 채웠다. 앨범 재킷의 파란 바탕 위에 과거에 많이 쓰이던 이른바 ‘캔디체’로 쓴 주황색 글씨의 제목은 레트로 분위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티저 영상도 용이 감독의 지휘 아래 화면 색감을 비롯해 배우들의 패션, 움직임까지 꼼꼼하게 그 시절을 재현한다. 실물 음반으로는 CD 대신 LP와 카세트테이프만 한정 발매한다. 김현철은 “내가 음악을 시작할 때만 해도 LP와 카세트테이프만 있었다. CD가 나온 게 3집 ‘달의 몰락’부터”라며 그 때 느낌을 살리는 차원서 이렇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앨범에 대해 “전적으로 만족한다”며 “본인이 만족하지 못하면 앨범을 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계와 부족한 게 보이면 다음 앨범에서 고쳐서 내놓으면 된다. 자기의 한계가 느껴지면 극복하려 안간힘을 쓰기보다 ‘내가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하자는 것, 김현철이 50살을 넘기며 얻은 깨달음이다. 다만 깨달음을 얻은 순간부터 그의 음악은 한 번 더 도약하고 있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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