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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삶’위한 책방 운영, 사회학자엔 새 배움터죠”

'니은서점' 4년째 운영 노명우 아주대 교수

생존 보다 만족 늘려야 인간다운 삶

호구지책·수면 제외한 나머지 시간

무엇으로 채울지 진지하게 고민을

10년 후엔 독립서점계 전설 되고파



“현대인은 먹고사는 문제 같은 ‘생존(생산)’과 정신적 풍요로움을 좇는 ‘만족(활동)’이라는 두 가지 욕구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생산’보다 ‘활동’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인간답고 좋은 삶에 가까워집니다.”

사회학자이면서 동네 책방 ‘니은서점’ 운영자인 노명우(사진)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5일 선유도서관이 개최한 온·오프라인 ‘길 위의 인문학, 아무튼 일’ 강연에서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생산적 삶에만 매달리지 않고 보편적인 ‘활동’의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교수는 현재 서울 은평구에서 독립 서점 ‘니은서점’을 4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가 스스로 ‘마스터 북텐더’라 부르며 교수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이유는 이른바 ‘실존적 위기’ 때문이다.

그는 강연에서 “대학 밖의 사회 경험이 없는 사회학자로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한계와 위기를 느꼈다”며 “부동산 중개소 등 소형 점포와 다세대주택 등으로 이뤄진 전형적인 동네 골목에 위치한 서점은 사회학 교수의 존재론적 회의감에서 단박에 벗어나게 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동네 변천사를 꿰고 있는 ‘토착 지식인’들과의 대화와 서점의 책으로 한글을 깨우친 한 미취학 꼬마가 서툰 글씨로 책을 주문했던 사례 등에서 노 교수는 ‘활동’을 통한 보람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인이 직업으로만 만족을 못하는 것은 생존과 만족의 욕구가 동시에 현대인 몸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직업과 활동으로 구분되는 일에 대한 고민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예제가 존재한 시대에 그리스 서사시인 헤시오도스는 ‘노동과 나날’에서 노동을 노예만의 몫으로 보고 ‘노동의 동물(laborans)’과 노동이 아닌 활동하는 ‘자유민(ergon)’을 구분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삶은 활동이지 생산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노 교수는 “불평등한 사회에서 나온 이분법적 개념이지만 현대인의 삶을 비춰보면 역설적으로 미래 사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동안 호구지책(직업)과 수면을 위한 시간을 뺀 3분 1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서점이 현재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손익과 관계없이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더욱이 활동의 가치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교수직이기에 직업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다시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가기 위한 교육과 취업·직장 중심의 인생 설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사회 구성원이 모두 같은 길을 가려고 경쟁하는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보통 사람들의 ‘활동’과 관련된 성공 모델들이 많이 생긴다면 틀을 벗어나는 데 용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점을 통해 세상을 다시 배운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오픈할 때 ‘10주년이 되면 독립 서점계의 전설이 되겠다’는 농담을 했지만 이젠 꿈으로 이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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