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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에서 독립출판사 운영하다 환경 운동에서 '나'를 찾다, "심장이 뛰는 한 멈출 수 없는 일"

정주연 다시입다 대표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 위해 무보수로 일해…생활 속 문화로 자리 잡을 때까지 계속 할 것

주요 선진국에선 이미 중고의류 입기가 문화로 자리 잡아

다시입다가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자리 잡는 게 올해 목표

4월 24일 중고의류 교환 행사인 ‘21% 파티’ 열어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옷’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다시입다’/사진=정혜선


“입을 옷이 없어.”

출근 준비를 하면서, 혹은 데이트 준비를 하면서 옷장 가득 채워진 옷을 보며 한 번쯤 혼자 중얼거린 경험이 있을 거다.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왜 없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냥 입을 옷을 사기 위해 쇼핑몰을 찾을 뿐이다.

우리가 한 번 옷을 사면 평균 7번을 입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옷들은 유행이 지나거나 혹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려지게 된다(물론 옷이 작아지거나 더러워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옷이 버려진 이후를 궁금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정주연 다시입다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옷으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면 티셔츠는 2리터 생수 1,350개가 있어야 만들 수 있고, 봄이면 여자들이 많이 입는 하늘거리는 폴리에스테르 원피스는 버려져 땅에 묻히면 썩는데만 200년이 걸린다.

만들어져 버려지는 순간까지 환경을 오염시키는 옷. 평범한 통번역가였던 그가 비영리스타트업 다시입다의 대표가 된 이유다. 정 대표는 다시입다를 통해 ‘옷장 속의 옷을 다시 입어 지구 지키기’를 시작했다. 이른바 지속 가능한 의생활이다. 정말 옷장 속에 입을 옷이 없다면 중고 옷을 사보라고 정 대표는 권한다. 오는 4월 24일에 있을 ‘21% 파티’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주연 대표를 서울NPO센터에서 만났다.

오는 4월 24일 ‘21% 파티’가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열린다/이미지=다시입다


- 4월 24일에 ‘21%의 파티’가 있다고 들었다. 무슨 파티인가.

“지난해 다시입다에서 설문 조사를 해보니 개인이 가지고 있는 옷 중 안 입는 옷의 평균 비율이 21%로 나타났다. 가지고 있는 옷 10벌 중 2벌은 입지 않는 셈이다. 21% 파티는 이렇게 입지 않는 옷들이 주인공이다. 각자의 옷장에서 손이 가지 않는 옷을 가지고 모여 바꿔 입고 나누어 입는 의생활 속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이른바 ‘의류 교환파티’다.”

- 4월 24일 하루만 행사를 진행하나.

“그렇다. 오전 11시, 오후 2시 두 번에 걸쳐 진행한다. 우리가 행사 날짜를 4월 24일로 정한 이유가 있다.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9층짜리 의류공장이 붕괴해 노동자 1,134명이 죽고 2,500여명이 다쳤다. 당시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임금은 시간당 24센트, 우리나라 돈으로 약 266원이다. 이날을 추모하며 우리의 의생활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 이날 행사를 하게 됐다.”

- 생각해 보면 입지 않고 옷장에 넣어만 두는 옷이 정말 많다. 그런 옷들 모두 교환 가능한가.

“아니다. 행사 때마다 교환할 옷을 규정한다. 그래야 교환이 수월하더라. 지난번에는 학부모 대상 교환 파티를 했었는데, 교복의 인기가 높았다. 한 분은 아이에게 맞는 사이즈를 사려고 첫 번째 타임에 왔는데 마지막 타임까지 기다렸다가 결국 교환해 갔다. 이번에는 여성복이다.”

- 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를 통해 중고의류를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 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답변을 보면서 중고의류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다시입다파티’ 1회를 열었고, 올해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21% 파티’로 이름을 바꿔 행사를 열게 됐다.”

- 이 파티에서 의류를 교환하는 방식이 특이하다고 들었다.

“새 옷을 사면 옷에 대한 정보가 담긴 택이 달려있듯이, 중고 옷에도 그 옷에 대한 정보를 담아 판매한다. 예를 들면 이 옷을 어디서 샀고, 몇 번 정도 입었고, 왜 내놓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메모지에 적어 옷에 다는 거다. 이때 옷을 의인화해 설명하는데, 반응이 좋았다. 어떤 분은 옷을 입양 보내는 느낌이라고 하더라.”

- 파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소개를 못받았다. 자기 소개 부탁한다.

“저는 프랑스어를 전공해 프랑스회사나 공공기관에서 관련 일을 했다. 그러다 결혼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저의 길을 가고 싶어 독립출판사를 냈다. 저를 포함한 네 명이 5년 정도 같이 일을 하다 공통의 관심사인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렇게 ‘다시입다’를 시작했다.”

-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옷이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돼 놀랐다.

“옷은 국제연합(UN)에서 발표한 가장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다. 1위는 잘 아시다시피 석유화학산업이다. 패션산업은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 문제를 동시에 일으켜 문제가 많다. 요즘에는 면을 재배할 때 무분별한 농약 사용으로 땅이 산성화 돼 그 땅에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 옷이 환경 오염에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서 비영리사업을 시작하기란 어렵다. 다른 계기가 있을 듯하다.

“긴 외국 생활과 번역 일을 통해 다양한 해외 기사를 접하면서 느낀 것은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에서는 지구의 환경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지구의 위기라고 까지 생각하는 분위기다. 특히 유럽에서는 탄소배출의 주범인 비행기 타지 않기 운동이 일찌감치 시작됐는데, 그 운동을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비행기 타기의 창피함’이다. 기차로 어디든 갈 수 있는 곳이니까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타자는 거다. 이 운동 다음으로는 ‘소비의 창피함’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하나의 운동으로 자리 잡더라. 실제로 유럽에서는 앞으로 패스트패션은 사양산업이고 중고의류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운동을 우리나라에도 알리고 확산시키고 싶었다.”

- 해외에서 오래 살았다고 했는데, 중고의류에 대한 선입견이 없나.

“아무래도 그렇다. 유럽의 선진국이라는 몇몇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았었는데, ‘선진국이라면서 왜 이렇게 삶이 찌질하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검소하게 살더라. 그들은 중고의류판매점을 주로 이용하며, 주말마다 플리마켓을 통해 중고 물품을 판매하고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게 생활화돼있다. 그래서인지 젊은 세대들도 중고 물품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다시입다’는 지난해부터 중고의류 교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다시입다


- 생각해보면 우리도 어릴 때는 옷을 물려 입고 자라는데, 크면서 중고의류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갖게 되는 듯하다. 대표님은 중고 의류 입기를 실천하고 있나.

“저는 요즘 엄마 옷 입는 재미에 빠졌다. 엄마가 직장을 오래 다니다 최근 퇴직하셨다. 평소 옷을 정말 좋아해 옷이 많으신데, 이제 직장에 다니지 않아서 입지 않는 옷이 많더라. 그런 옷들을 가져와 리폼해 입고 있다.”

- 요즘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보면 중고 의류 판매가 제법 이뤄지더라. ‘중고의류 입기’가 문화로 자리 잡게 하려면 중고의류에 대한 선입견이 먼저 사라져야 할 것 같다.

“맞다. 이미 생활을 통해 체내 된 선입견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살아보니 경험을 통해 그런 선입견이 한순간 무너지기도 하더라. 작은 경험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거 같다. 스토리를 아는 지인의 옷을 물려받아 입기부터 시작해도 좋을 듯하다. 그럼 비록 남이 있던 옷이지만 깨끗하고 입을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거부감이 사라지게 된다.”

- ‘다시입다’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사실 지금이 가장 어렵다(웃음). ‘다시입다’가 하는 캠페인이 지속 가능한 의생활인데, 저희 사업이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작만 하면 누군가 손을 내밀고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서울NPO사무실을 사용하는 등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비영리 사업이다보니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저도 월급을 받은 적이 없고, 함께 일하는 세분도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 이 일을 하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 보려고 한다. 제가 이 사업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다시입다’가 기업화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활동이 생활 속 문화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계속해 나가고 있다.”

- 소득이 높지 않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전혀 없는지는 몰랐다. 그런데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사실 사명감 때문은 아니다(웃음).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하고자 하는 일이 뭔지 찾아가고 발견하는 것들을 좋아한다. 지금은 이 일을 발견했고 이 안에서 저를 찾았으니 하는 거고 나아가는 거다. 지금 마음이 쉽게 변화하진 않을 거 같다. 환경문제는 장기전이고, 제가 살아있는 동안 환경문제는 계속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저의 활동도 멈출 수 없다.”

- 옷은 인간의 삶과 떼어낼 수 없는 듯하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옷’이란 무엇인가.

“흠...제가 원하는 세상이다. 제가 원하는 세상은 안전한 세상이다. 옷이 좀 더 안전했으면 좋겠다. 포장이 아니고 알맹이가 있는 그런 안전하고 자연적인 옷이 존재했으면 좋겠다(웃음). 아..너무 추상적인 거 같다.”

- 마지막으로 ‘다시입다’의 올해 계획은.

“올해 목표는 ‘다시입다’가 좀 더 체계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 그게 가장 중요한 거 같다. 그래야 이 사업이 지속 가능할 듯하다.”

/정혜선 기자 doer0125@lifejump.co.kr
정혜선 기자
doer01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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