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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일상이 될 AI·딥러닝···팬데믹 이후 당신의 삶 엿보다

[리뷰] 연극 '싯팅인어룸'

죽은 쌍둥이 언니 디지털 기술로 복원

세트·등장인물 줄이고 소리·영상 강화

관객과 대화하듯 '현실 속 혼란' 그려



배경은 머지않은 미래다. 전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3차 팬데믹’(‘코로나’라는 말은 극 중 등장하지 않는다)도 15년 전 이야기다. 주인공 지니는 당시 팬데믹으로 부모를 잃었고, 5년 전에는 ‘힘들었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친 듯이 일에 파고들던 쌍둥이 언니 제니와 사별했다. 어렵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살아가던 지니에게 어느 날, 언니의 전 남자친구 리언이 연락을 했다. 제니를 디지털로 복원했고, 업그레이드를 위해 ‘네가 가진 제니에 대한 자료와 기억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극단 이와삼(장우재 작·연출)의 2인극 ‘싯팅인어룸’은 팬데믹·딥러닝·디지털 장례 같은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을 근 미래로 가져간다. 달라진 일상을 가늠해봄으로써 우리 삶의 방향과 그 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라는 배경은 극의 내용이 SF 영화 속의 별천지가 아님을 전제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망자의 재현, 개인의 사소한 습관까지 단숨에 학습해 따라 하는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그리고 벌인 일을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일을 벌이는 인간 존재까지. 이 시대와 맞닿은 소재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지니가 겪는 현실과 그 속의 혼란을 고스란히 공감하게 한다.



공연 내내 배우들은 정면(객석)을 보고 연기한다. 두 배우가 대화 중에도 멀찍이 떨어져 객석을 향해 대사를 읊음으로써 배우와 관객 사이에 존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 이른바 ‘제4의 벽’을 허물고, 관객은 배우들의 대사를 좀 더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무대 위 장면은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로 다가온다. 이 의도된 ‘낯설게 하기’는 관객을 대화 당사자로 불러들이는 동시에 ‘비대면 사회의 마주 보기’를 현재화하는 장치로도 작동한다.

독특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무대 장치와 인물은 최소화하고, 소리와 영상을 강화했다. 세트 없는 텅 빈 흰색 무대에는 의자와 테이블 정도가 장면에 따라 놓인다. 극 중 지니, 리언과 대화하는 5명의 인물은 목소리로만 등장하는데, 시각적 자극을 간소화한 공간을 청각이 채움으로써 관객은 극의 상황과 대화에 좀 더 몰입하게 된다. 지니의 감정선이 중요한 장면에서는 지니의 얼굴을 클로즈 업한 영상과 디지털로 복원된 제니의 모습을 무대 뒤로 투사한다.



75분의 공연 중 일부 장면이 ‘비슷하게’ 두 번 반복된다. 그러나 그 상황의 의미와 이를 받아들이는 지니, 그리고 관객의 해석은 전과 후가 사뭇 다르다. 아픔을 잊기 위해 미래를 향해 내달렸던 제니와 미래를 위해 뒤를 좀 돌아 보자던 지니. 닮은 듯 다른 쌍둥이처럼 ‘변주돼 반복되는 장면’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당신은 어떤 궤적을 그리며 끝으로 나아갈 테냐고. 제20회 월드 2인 극 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 수상작으로 1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송주희 기자 ssong@ 사진=이와삼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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